[문영수기자] '포켓몬고(GO)' 열풍이 뜨겁다.
해외서는 '포켓몬'을 잡기 위해 이용자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담긴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고, 아직 서비스가 되지 않은 국내에서도 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강원도 속초에서 '포켓몬고'를 즐길 수 있다는 소식이 한 누리꾼에 의해 알려지자 속초행 버스가 매진되다시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만하면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만하다.
'포켓몬고' 열풍에 힘입어 '게임거인' 닌텐도도 다시 재기할 조짐이다. '슈퍼마리오' '동키콩' 등을 앞세워 전 세계 콘솔 시장을 장악했으나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쇠락의 길을 걷던 닌텐도는 그야말로 화려한 재기를 앞뒀다.
'포켓몬고' 출시 후 닌텐도 주가는 나흘간 60% 넘게 치솟았다.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받던 모바일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펼쳤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 20여 년 이상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게임 거인'의 DNA는 어디가지 않은 모양이다.
도대체 어떤 게임일까. '포켓몬고'는 인기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소재로 구글에서 분사한 나이언틱이 닌텐도와 손잡고 개발한 모바일 게임이다. 현실 지도를 기반으로 꾸며진 게임 속 세상에 출몰하는 '포켓몬'을 포획하고 육성해 대결을 벌이는 재미를 구현했다.
뭇 게임에서는 살피기 힘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증강현실(AR) 기술이 접목돼 현실 곳곳을 돌아다녀야 강력한 '포켓몬'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물 속성 포켓몬은 물가에서만 잡을 수 있고 숲에서는 식물형 포켓몬을 발견할 수 있는 식이다. 그동안 집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문 밖을 박차고 나온 이유다.
'포켓몬고'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기 지식재산권(IP)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 증강현실 등 유망 기술을 접목해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게임 문법은 전략과 슈팅, 퍼즐 등 기존 장르를 모바일로 옮기는 데에만 주력한 기존 모바일 게임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신선함이 느껴진다. 슈퍼셀, 킹과 같은 신흥 모바일 강자들이 써놓은 흥행 공식의 판도에 얽매이지 않고, 남들이 걷지 않은 새로운 길을 닦은 셈이다.
이 타이밍에서 한국의 게임사들을 '포켓몬고'라는 거울을 통해 비춰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도 '포켓몬고'와 같은 게임이 나올 수 있을까. 현재 상태로는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게임사들에게는 무사안일주의가 만연해졌다. 남들보다 앞서 시장을 개척하기 보다, 남들이 개척한 검증된 길만을 뒤따라가려는 개발 풍토가 조성된 지 오래다. '퍼스트 무버'는 사라졌고 '패스트팔로어'만이 남았다. 패스트팔로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패스트팔로어만 남아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세계적으로 열기를 더해가는 '포켓몬고'를 보며 '저 게임을 어떻게 카피할까' 고민한다면 영원히 2류를 벗어날 수 없다. '포켓몬고'처럼 남들이 찾지 못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고민을 해야 전 세계를 놀래킬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다. 수많은 한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천명한 지금 '포켓몬고' 신드롬이 안겨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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