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경제에 실제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한 셈법 계산이 분주하다.
27일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IT와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수출기업의 경우 영국 비중이 높지 않아 단기적인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브렉시트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내 수출기업들이다. 영국의 정치적 불안이 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영국으로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다행히 국내 전체 수출 중 영국 수출비중은 2015년 1.4%에 그치는 등 영국 수출 비중은 매우 낮기 때문에 국내 직접적인 수출 위축 우려는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연합(EU) 성장률 위축은 국내 수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쪽 수출비중은 11% 수준이며, 여기에 더해 중국의 유럽쪽 수출비중이 17%로 높다는 점도 우려 상황이다. 국내 수출기업들 중 중국 고객사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 타격은 한국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TB투자증권 채현기 애널리스트는 "품목별로는 영국 관련에 한해 선박, 자동차, 철강제품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유럽 전체로 보면 가전, 자동자부품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IT·자동차, 영국과 FTA 다시 체결해야…환율 주목
IT 쪽에서는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장기 수요 둔화는 걱정할 만한 요인이다.
올 들어 월 평균 미국 컴퓨터·전자제품 재고율이 1.61%로 전년 동기 대비 0.07%포인트 감소하는 등 낮은 재고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큰 우려는 없다.
단 BNK투자증권 박기범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가 중장기적 측면에서 글로벌 실물경기 둔화와 수요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 요소가 추가됐다"고 판단했다.
자동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키움증권 최원경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가 직접적으로 한국 완성차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영국 관세 혜택 소멸은 최소 2년 후의 상황이고, 영국 판매 비중도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는 유럽 수출시 무관세를 적용 받고 있는데, 관세 혜택이 사라질 경우 관세가 10%로 급등하게 된다. 하지만 영국이 실제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시점은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사이에 영국과 다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영국 생산법인이 없고, 연간 시장점유율(MS)도 3.3%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브렉시트가 글로벌 경기 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자동차 판매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브렉시트로 인한 환율 변동은 국내 IT와 자동차 기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브렉시트로 인해 위험자산인 원화는 약세를 보이고, 안전자산인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일본 수출기업과의 가격경쟁에서 국내 업체들이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달러 환율은 현재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애널리스트는 "대표 수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의 코스피 대비 상대 강도는 엔/달러 환율과 반대"라며 "엔화 강세 국면에서 IT와 자동차 주가는 상승한다"고 전했다.
◆국내 철강기업 유럽수출 비중 낮아
브렉시트로 인해 철강업체들에 대한 우려도 크다. 안전자산인 달러화 등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철, 동, 아연 등 원자재 상품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브렉시트 결정 후 한국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비롯해, 프랑스 아르셀로미탈, 중국 바오산강철 등 전 세계 철강업체 주가는 급락했다.
유진투자증권 방민진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 현실화로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요가 증가하고, 향후 유로존의 양적완화 기조 확산으로 유로화의 추세적 약세가 나타날 경우 달러화의 가치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비달러화 투자자에게 달러화 표시 자산인 상품 가격이 더 비싸지는 효과가 나타남으로써, 상품 가격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실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비철금속 실수요에서 유럽 비중은 전기동 17.0%, 아연 18.6% 수준으로 높지 않다고 방 애널리스트는 봤다.
국내 철강기업들의 유럽 수출 비중도 낮은 수준이다.
포스코의 유럽 수출 비중은 매출액 기준으로 8%, 현대제철은 5% 정도다.
하이투자증권 한유건 애널리스트는 "통상적으로 연간 계약을 갖추고 있어 브렉시트가 올해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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