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 여권에서 흘러나오던 '반기문 대망론'에 힘이 실리는 등 정치권이 요동치는 모양새다.
반 총장은 방한 첫 날인 25일 제주에서 열린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퇴임 후 행보에 대해 "한국에 돌아와 국민으로서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반 총장은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나와 솔선수범하며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제가 헛되게 살지는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 "(많은 국가 정상들이) 자기들이 많이 도와주겠다, 선거운동 해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 총장이 이번 방한에서 정치적 행보를 극도로 자제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이처럼 적극적인 언급을 내놓은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선 출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최근 '반기문 대망론'에 힘을 실어 온 새누리당 내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20대 총선 참패 후 대선주자 인물난에 시달리던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반 총장이 당 소속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새누리당 홍문표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26일 SBS 라디오에 출연, "그동안 반 총장이 말씀한 걸로 봐서 상당히 대망론에 접근하는 이야기"라며 "국내외적으로 대중적인 인기, 다양한 행정·사회적 경험이 있고 보수적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우리 당으로서는 반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정치에서 반 총장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MBC 라디오에서 "(해석이) 좀 지나친 것 아닌가"라며 "반 총장이 대권 반열에는 충분한 인물인데 내치에 대해 조금 더 노력해봐야 한다는 건 숙제"라고 지적했다.
야권은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 발언이 여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강한 견제감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PBC 라디오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든지 피선거권이 있기 때문에 출마를 결정하는 것은 본인 자유 의사지만,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에 들어와 특정 정치세력과 연대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태도가 옳은지에 대해선 조금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지금 집권당 내부 사정이 매우 복잡한데 반 총장까지 와 대권 도전 시사 발언을 해 나라가 어수선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 정서도 있고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남아 있는데 이렇게 성급하게, 설사 계획을 하고 있더라도 당사국인 한국에 들어와서 강한 톤의 대권 출마 시사 발언을 하는 것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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