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새누리당 양대 계파인 친박계와 비박계가 비상대책위원회·혁신위원회 인선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20대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는커녕 고질적 계파 갈등이 폭발하면서 당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17일 오후 상임전국위원회, 전국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에,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각각 임명하는 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친박계의 조직적 반발로 무산됐다.
비박계 중심 비대위원·혁신위원장 인선에 반대해 온 친박계가 다수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재적 52명의 과반) 미달로 회의가 열리지 못한 것이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전날 친박계 의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비대위원 추가 임명을 제안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회의가 무산되자 정 원내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홍문표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성원이 되지 않아 회의를 이루지 못하는 참담한 현실을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 원내대표는 회의장을 떠나며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 지언정 그들에게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고 친박계를 비판하며 혁신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비대위와 혁신위는 사실상 붕괴된 것과 다름 없다. 비대위·혁신위 '투 톱' 체제로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고 쇄신 방안을 마련, 흔들리는 당을 재건하겠다는 애초 계획도 틀어졌다.
소속 의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정훈 의원은 '앞으로 당이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봐야지 뭐…. 참 암울하다 암울해"라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은 "당이 어떻게 갈 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대위원에 내정된 정운천 당선자는 "빨리 수습하고 새로운 모습을 국민에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고, 이혜훈 당선자는 "다시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또 놓치고 만 게 아닌지 국민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어떤 조직적인 반대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지도부에서 노력했으면 성원을 채웠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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