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알뜰폰 사업 매각이 인수합병 승인 조건에 포함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뜰폰 매각이 승인 조건일 경우 SK텔레콤으로선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M&A 심사의 한 축인 공정위는 "결정된 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번 M&A를 둘러싼 논란만 가열되는 양상이다.
◆알뜰폰 매각, SKT로선 오히려 이득?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이번 M&A를 두고 조건부 승인 쪽으로 기울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공정위가 이르면 주중 이같은 입장의 심사보고서를 SK텔레콤에 전달할 것이라는 짐작이다.
승인 조건으로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CJ헬로비전의 알뜰폰 헬로모바일 매각이다. 헬로모바일은 KT망 임대사업자로 지난해 기준 알뜰폰 가입자 84만명으로 전체 알뜰폰 시장의 14%를 차지한다. SK텔레콤 계열 SK텔링크와 비슷한 규모로 알뜰폰 시장 점유율 공동 1위다.
이같은 전망이 나온 배경으로 미래부의 심사기준안도 한 몫 했다. 미래부는 지난달 23일 이번 M&A에 대한 세부 평가사항을 담은 심사기준안을 공개했다.
당시 송재성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알뜰폰의 경우 이번 합병으로 KT망을 쓰는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에 넘어가는 모양새"라며 "그 구조가 자연스럽진 않아 심사할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 지 토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M&A가 성사되면 CJ헬로비전은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결합하게 된다. 이달 초 유안타증권은 "CJ헬로비전이 알뜰폰 사업을 매각할 경우 합병법인의 손익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뜰폰 사업이 CJ헬로비전의 영업이익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CJ헬로비전의 2011년 영업이익률은 22.1%다. 현대HCN(21.8%), 씨앤앰(20.5%), 티브로드(18.5%)로 동종 업계 대형 케이블TV 사업자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 2012년 이후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8.9%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현대HCN(14.1%), 씨앤앰(15.9%), 티브로드(18.8%)보다 낮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이들 대형 케이블TV 사업자들과 달리 CJ헬로비전만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알뜰폰 사업을 정리할 경우 경쟁 케이블TV 사업자 수준으로 영업이익률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논란은 커지는데··· 공정위 "결정된 바 없다"
이같은 분석은 알뜰폰 매각이 M&A 승인 조건으로 포함될 경우 SK텔레콤 입장에선 오히려 유리하다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만큼 업계의 시각도 첨예하게 엇갈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M&A가 승인될 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승인 조건을 논하긴 어렵다"면서도 "인수 대상 기업의 사업부를 매각하라는 조건 자체가 M&A 심사에서 전례 없는데 SK텔레콤이 과연 받아들이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쟁업체들 입장에선 M&A를 추진하는 쪽에 유리한 얘기들이 흘러다니는 꼴"이라며 "이번 M&A 핵심 논란이 유료방송과 결합상품 시장에 대한 영향인 만큼 이 방면으로 심사가 집중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일부 언론을 통해 공정위가 이르면 주중 이번 M&A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SK텔레콤에 전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의견수렴을 거쳐 보고서를 채택한 이후 이를 바탕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공정위가 알뜰폰 사업 매각과 함께 M&A 이후 5년간 요금인상 금지, 다른 케이블TV 사업자에 대한 SK텔레콤 이동통신 서비스 결합상품 판매 허용 등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건은 심사 중이며 시정조치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 등 공정위의 입장이나 심사일정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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