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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알파고와 이세돌 대결이 남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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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의 IT 인사이드]

여러 보도를 통해 접한 알파고의 스팩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는 실제 프로 바둑기사들이 둔 16만건의 대국기보를 학습하였으며, 10만 게임을 진행했고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U가 병렬처리되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한다. 이 알파고를 상대한 이세돌 9단은 1995년 입단하여 8년만에 9단으로 승단하였으며 세계대회 18회, 국내 29회를 우승한 바둑 세계최강자이다.

이세돌 프로나 이창호 사범 같은 프로 기사들 중 9단을 보통 ‘입신(入神)의 경지’ 라고 표현하는데 한마디로 ‘바둑의 신’이라는 뜻이다. 이들 입신의 경지에 이른 이세돌 9단이나 이창호 9단 같은 사람들의 바둑실력이 어떤 수준인지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늠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이세돌 9단의 실력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지만, 동등한 수준이라 말할 수 있는 이창호 9단의 바둑실력을 접해본 경험이 있었다.

26년전 당시 16세의 이창호 6단이 모 기관의 초청으로 기관의 장들과 ‘이벤트’로서 바둑을 두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50대 초반, 아마 1단 정도의 기관장이 흑 9점을 깔고 이창호 6단과 바둑을 두었는데, 한시간 좀 넘게 대국이 끝난 후 계가하니 한집차이로 기관장이 승리했다. 당연히 이창호 6단이 예의상 져준것이었다. 두번째 대국도 그 기관의 다른 사람이 마찬가지로 흑 9점을 깔고 두었는데 역시 한집차이로 두번째 기관장이 승리했고, 세번째 기관장 역시 흑 9점 깔고 한집차이로 승리했다.

세명의 아마추어 고수와 바둑을 두면서 세번 다 한집차이로 져 준다는 것은 단순히 상대방의 수를 읽는 게 아니라 자신이 정확하게 원하는대로 상대방이 두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바둑판의 게임을 창조하니 그들이 바로 바둑의 신이다. 이창호나 이세돌의 바둑 수준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이세돌이 알파고와 대국 전의 인터뷰에서 알파고를 이긴다고 장담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세돌과 달리 알파고는 많이 알려진 바가 없었으니 이세돌이 진다고 생각했을 이유가 없다.

◆알파고는 어떻게 이세돌을 이겼을까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한대라 할정도로 많기에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간을 넘어서기 어려운 분야였다. 착수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에는 MCTS라 불리는 몬테카를로 트리탐색 (Monte Carlo Tree Search) 기법이 사용되었는데, 바둑에서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MTCS는 바둑 인공지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던 것이지만, 알파고에서의 차별점은 16만개의 프로 기사의 대국 기보를 딥러닝으로 학습시켰으며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U를 통해 빠른 시간동안 계산해 낼 수 있는 컴퓨팅 파워를 갖추었다는 점이다.

MCTS에 의해 인간을 이길 수 있는 바탕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계산을 해낼 하드웨어 스펙을 갖추지 못했다가 알파고에서 구현된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등한 수준의 기력을 갖추었다고 볼 때 앞으로 딥러닝을 통한 학습과 하드웨어 컴퓨팅을 확장한다고 본다면, 이세돌 9단의 승리는 인류가 처음으로 알파고를 이긴것이자 마지막으로 알파고를 이긴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IBM의 딥블루가 1996년 탄생하고 1997년에 체스 챔피온인 카스파로프에게 승리한 이후 지금까지 체스로 딥블루를 이긴 사람이 없다.

◆AI 열풍과 숟가락 얹기

구글은 3년전 알파고 개발회사 딥마인드를 4억 파운드(6830억원)에 인수했고 2001년부터 AI 개발에 총 33조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왔다. 현재의 알파고가 만들어지기 까지 15년의 세월과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자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AI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자 갑자기 정부에서는 300억 원을 투자해 AI 개발을 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정부차원의 콘트롤타워를 두겠다고도 선언했다. 300억원 자체가 작은 돈은 아니지만, 중국의 일개기업인 바이두도 3,600억원을 들여 실리콘밸리에 AI를 연구하는 딥러닝연구소를 설치하여 운영중이며,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 사용된 행사 운영 예산만 30억원 가량된다.

300억원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나오게된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부가 AI의 개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내지른 숫자라는 것은 자명하다. 아마 그 콘트롤 타워와 부속 행정기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비용 정도 될 것 같다. 또 다른 우려는 이런식으로 이슈에 맞춰 숫가락 언듯 실행했던 명텐도, 로봇물고기 같은 정책들이 대부분 혈세 낭비로 끝났다는 점이다.

AI개발이 중요한 만큼 진정성 있고 꾸준하게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슈에 따라 정부기관 만들기에 나서게 되면 세금낭비와 더불어 없던 규제만 생겨난다.

알파고를 만든 아버지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13세에 체스 마스터가 된 후 14세 이하 세계체스 대회에서 세계랭킹 2위를 차지 한 후 피터 몰리뉴와 ‘테마파크’를 개발해서 대박을 낸다. 대학에 진학해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다시 몰리뉴와 함께 인공지능이 들어간 게임인 ‘블랙앤 화이트’를 개발한다. 그리고 1998년 엘릭서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2003년 ‘리퍼블릭: 레볼루션’, 2004년 ‘이블 지니어스’를 잇달아 세상에 내놓는다.

그가 알파고를 만든 배경에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한 게임개발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가 만약 한국에 태어났다면 여가부와 보건복지부에 의해 게임중독자로 몰렸을 것이다.) 데미스 하사비스가 AI 개발을 시작했던 영국이나 미국 어디도 콘트롤타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게임중독법 같은 것도 없다.

◆AI와 인류의 미래는?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노아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는 22세기에는 기술에 의해 현생 인류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정확하게는 사라진다기 보다는 사이보그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기술의 핵심 축은 로봇기술과 인공지능이다. 이번 대결을 지켜본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어 사라지는 직업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점에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인공지능이 극도로 발달하게되면 SF 영화인 터미네이터에서처럼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한다. 이미 많은 직업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사라졌으며 앞으로 더 많은 직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보다시피 기술은 기술 그 자체의 위험성 보다는 그 기술을 이용하는 인간의 탐욕에 의해 위험해진다. AI가 작동하는 가까운 미래의 모습은 AI에 의한 인간의 지배라기 보다는 생산이나 업무의 효율화가 먼저이며, 이로인해 사라지는 직업들은 분명히 생겨나게 된다. 영화에서 나오는 AI의 인간지배는 인공지능보다는 ‘인공 감정’ 이 발명되었을 때 생겨날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게 위험한게 아니라 알파고가 졌다고 바둑판을 뒤집거나 발로 차는게 위험한 것이다. 하지만 AI가 스스로 위험한 생각을 하는 수준에 이르기 이전에 AI를 악용하는 일부 인간의 탐욕과 의지에 의해 세상이 훨씬 더 안좋아질 것이다.

야구배트가 나쁜게 아니라 야구배트를 사람에게 휘두르는 인간이 나쁜 것이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은 후일 역사책에 기록 될만한 사건으로 이 사건의 주인공인 이세돌 9단은 이제까지 세운 모든 바둑기록보다 더 의미있는 업적을 5판의 대국으로 남겼다. 그는 인류 최초이자 유일하게 인공지능을 이긴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과 함께 활동했던 바둑기사 중 몇백년 후에도 기억될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세돌 9단 보다 먼저 알파고와 바둑을 두었던 판후이 2단은 이세돌 9단과 함께 역사에 남을 것이다.

김석기 (neo@mophon.net)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이사로 일하며 웨어러블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모바일 전문 컨설팅사인 로아컨설팅 이사, 중앙일보 뉴디바이스 사업총괄, 다음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근무 등 IT업계에서 18년간 일하고 있다. IT산업 관련 강연과 기고를 통해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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