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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韓게임 삼키는데…게임을 마약 취급하는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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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거대 자본에 노출된 한국 게임…정부 '엇박자' 정책이 위기 키운다

[문영수기자]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 콘텐츠이자 수출역군인 게임산업이 중국 자본에 종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엇박자' 정책 행보가 게임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인터넷·게임 중독에 질병코드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모든 규제 완화를 주문한 박근혜정부의 기조는 물론, 5년 종합대책을 세워 위기에 처한 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문화체육광광부 정책 방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이중규제'라고 반발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단일화된 정부 진흥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웹젠까지…우수 한국 게임사 먹어치우는 중국 자본

중국 자본이 또다시 국내 유수 게임사를 잠식할 전망이다. 2000년대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장악했던 '뮤온라인'의 개발사 웹젠(대표 김태영)의 2대주주로 중국 아워팜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NHN엔터테인먼트(대표 정우진)는 재무구조 개선 및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인 웹젠 주식 679만5천143주(지분율 19.24%)를 펀게임 리미티드에 양도한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펀게임 리미티드는 이번 거래를 위해 아워팜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로 주식 양도 예정일은 오는 7월 7일이다.

아워팜은 모바일 게임 '뮤오리진(중국명 전민기적)'의 개발사 천마시공의 지분 80%를 보유한 중국 게임사다. 뮤오리진은 웹젠의 '뮤온라인'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만든 게임으로,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아워팜은 원천 IP를 보유한 웹젠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게 됐다. 웹젠 지분 19.24%를 확보하는 아워팜은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27.20%)에 이어 2대 주주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국내 우수 게임사들에 대한 중국 자본의 침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때 한국 게임사들의 '텃밭'이었던 중국 게임사들은 정부의 비호 아래 경쟁력을 키워 이제는 역으로 한국 게임사들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국산 게임 '크로스파이어'에 힘입어 공룡급 회사로 성장한 텐센트는 역으로 넷마블게임즈(당시 CJ게임즈) 지분 25.25%를 5천300억원을 인수하며 3대 주주에 올라섰다. 파티게임즈(200억원), 네시삼십삼분에도 라인과 함께 1천3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앞서 2004년 중국의 샨다게임즈는 국내 액토즈소프트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중앙대 교수)은 "게임산업의 패권이 이미 중국으로 넘어가 버려 (웹젠 건이) 새삼스러울 것 없는, 대단한 사건이 아닌 것이 됐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며 "개발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한 중국 게임사들은 이제 한국이 보유한 유명 지적재산권(IP) 확보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라고 한탄했다.

강제적 셧다운제, 게임물 사전심의제도 등 강력한 규제로 산업 성장력을 억제한 정치권의 실책에 산업 성장세도 꺾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 사업체수는 2009년 3만개에서 2014년 1만4천개로 절반 이상 줄었고, 게임 사업 종사자수도 2009년 약 9만2천명에서 2014년 약 8만7천명으로 감소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수연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세계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수익이 높고 콘텐츠 산업 수출에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망산업이나, 최근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며 "과도한 규제가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놀란 반응을 보였다. 작년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들은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중국 자본 침투의 정확한 실태 파악 및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이같은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 말 '게임산업진흥 중장기계획'을 발표하고 국고를 털어 고사 위기에 처한 게임산업의 재도약에 나서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문체부는 차세대 게임산업 신영역을 창출해 오는 2019년까지 세계적인 게임사 20곳을 양성하고 10조원 규모인 국내 게임 시장을 13조원으로, 수출 규모도 28억 달러에서 40억 달러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또한 문체부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상현실(VR) 산업의 흐름에 동참하고자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가상현실 게임·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 및 규제 개선에 나서기로 하며 올해 초 손을 맞잡기도 했다. 선결적 투자로 미래 먹거리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민간의 신산업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적극적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규제 네거티브 심사'를 통해 민간의 신산업 진출에 장애가 되는 규제는 원칙적으로 모두 개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찬물 끼얹은 보건복지부…게임업계 "정부, 글로벌 스탠더드 맞춰야"

하지만 정치권의 오랜 규제 기조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게임업계에 찬물이 뿌려진 것은 지난달 25일.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78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연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 종합대책(2016년~2020년)'을 논의·확정하면서 중독에 대한 개념을 의학적으로 정립하고 인터넷·게임 중독에 대한 질병코드 신설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인터넷 중독을 고쳐야 할 '병'으로 바라보고 이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인터넷·게임업계는 질병코드가 부여될 경우 마약, 알코올, 도박 등과 인터넷·게임이 중독물질로 분류돼, 부정적 이미지가 덧입혀질 것을 우려했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가 위(Wee)센터 등 게임중독 예방을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이중 규제에 나서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질병코드를 부여해 인터넷·게임 중독을 관리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해 부처간 충돌을 예고했다. 정부의 일관된 규제 완화 흐름 속에서 보건복지부가 '엇박자'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동연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는 "미국 정신의학계의 DSM-5(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에서도 인터넷·게임이 (중독물질로) 분류돼 있지 않다"면서 "뚜렷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극단적 사례를 일반화해 하드코어 게이머들을 치료의 대상으로 보겠다는 것은 정신의학계의 치료사업을 넓히기 위한 수단으로밖에는 달리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콘텐츠경영연구소의 위 소장도 "인터넷·게임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 반대론자에게는 게임을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학계 언론계 등이 범연대를 구축해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는 중국 자본의 잠식 우려가 본격화된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정부의 단일화된 진흥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한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인터넷과 게임은 국경없는 산업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진흥과 규제 정책이 궤를 함께 해야 하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국내에서만 적용되고 조롱거리가 되는 규제법안들이 자꾸 나온다"며 "인터넷·게임은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미디어로, 국내 업체가 어려움을 겪으면 그 자리는 결국 해외 업체들이 모두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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