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19곰 테드(Ted)라는 영화를 본 적 있으세요? 제 계획 중 한 가지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인공지능(AI) 장난감을 만드는 거예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를 만났다. 이 회사가 AI 프로그램 '아담(ADAM)'을 개발했다고 밝힌 그 다음날이다.
마침 구글의 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세기적 바둑 대결 소식으로 바둑계는 물론 IT·과학계가 뜨겁게 달궈진 때였다. 국내 기업의 AI 기술이 어디쯤 와 있는지도 궁금했다.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마주앉은 그로부터 아담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아담을 "한 마디로 지식엔진"이라고 표현했다.
"아담은 인터넷과 빅데이터로부터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글을 읽어 그 의미를 이해합니다. 지식을 축적하고 복잡한 추론을 수행해 난해한 질문에 답변이 가능하죠. 300만명의 사람, 1천100만개의 장소, 80만개의 조직 등 무려 2천300만 가지 주제에 대해 2억개의 단위지식을 갖고 있어요."
양적으로만 보면 사람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도서로 치면 50만권 분량의 지식이죠. 한 사람이 책을 읽어 학습하려면 2천년이 걸리는 지식을 아담은 3일이면 해냅니다. 다만 사람은 상식이라는 게 있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울 것 같네요."
아담은 어떤 서비스에 쓰일 수 있을까. 그는 '장난감'을 언급했다.
"인공두뇌인 아담을 장난감에 적용하려고 해요. 어른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수준을 가진 테디 베어 같은 인형이요. 왜 어른이냐고요? 구매력이나 적응성, 콘텐츠, 응용영역, 재미 등을 고려했어요."
영화 '19곰 테드'에서 생명을 갖게 된 곰인형 '테드'가 야한 농담을 던지는 장면이 문득 스쳤다. 솔트룩스는 이미 협력사와 함께 올 연말 시험 모델 출시를 목표로 장난감을 준비중이다. 아담은 클라우드 상에 위치하고 장난감은 휴대폰과 동기화돼 작동하는 방식이다. IBM이 스타트업과 함께 인공지능 왓슨에 기반해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공룡을 선보인 적은 있다.
그는 "여행 분야 추천 서비스 등 아담이 쓰일 수 있는 분야는 여러 가지"라며 "또 하나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갖고 집중하는 영역은 금융투자, 위험분석 등 금융 분야"라고 말했다.
◆아담, 올 가을 TV서 볼까…"연말 장원 목표"
올 가을 무렵에는 TV 퀴즈쇼에서 아담을 보게 될지 모른다.
아담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아담은 장학퀴즈 같은 퀴즈쇼 질문의 94%는 정답을 알고 있다고 한다.
"퀴즈 한 문제에 답하는 시간이 3~4초쯤 걸립니다. 매주 퀴즈대회에 참가하면 10회 가운데 6~7회 정도는 이기고 3~4회는 집니다. 올 가을쯤 퀴즈 대회에 참가할 것 같은데 그때는 연말 장원에 오를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는 것이 목표예요."
출연할 퀴즈쇼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장학퀴즈, 1대100, 골든벨을 울려라에 대한 문제대응 등의 검토는 끝냈어요. 장막 뒤에서 문제를 풀고 누가 AI인지 맞추는 마치 '히든싱어' 같은 새로운 포맷도 제안중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퀴즈를 풀어 누가 더 많이 맞추느냐를 떠나서 사람과 기계를 변별할 수 있느냐가 더 재밌지 않나요?". 성사된다면 '히든 인공지능'쯤 되겠다.
퀴즈쇼에는 아담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질의·응답 시스템이 통합돼 나간다. 솔트룩스와 ETRI는 미래창조과학부가 2013년 발주한 연구기간 10년, 연구비 1천억여원의 장기 대규모 연구개발(R&D) 과제인 '엑소브레인(Exobrain)'의 세부과제를 맡고 있다.
그는 "아담은 솔트룩스가 그간 연구해온 인간 언어처리와 기계학습(딥러닝), 자동추론 등의 인공지능 기술과 연구과제인 엑소브레인 기술의 융합을 통해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솔트룩스는 자연어처리, 인공지능 분야에서 20년 동안 한우물만 파온 회사"라고 덧붙였다.
아담이 알파고처럼 바둑을 둘 일은 없어 보인다. "인공지능의 영역은 워낙 넓어요. 인공지능이라 하면 '사람과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직 먼 얘기입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속된 말로 '한 놈만 팬다'에 가깝죠. 알파고가 기회를 최적화하는 문제를 풀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엑소브레인으로 보면 IBM 왓슨과 목표 지향점이 유사합니다."
그는 AI 산업 육성을 위해선 공공 데이터 개방이 중요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AI와 빅데이터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문제에 있어 굉장히 후진국에 속해요. 위키피디아에 올라와 있는 문서 수로만 봐도 우리나라는 27위입니다. 중국, 일본, 베트남어 문서가 우리보다 많아요."
"기업들은 보유한 데이터를 개방하는 데 인색합니다. 그래서 공공데이터 개방이 더 중요해요.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machine readable) 품질 좋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개방해야 더 좋은 응용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