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한글과컴퓨터가 새로운 한컴오피스 제품을 들고 해외로 간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다만 한컴오피스가 '통할 만한' 시장을 골랐고 이전과 달리 파트너십을 구축해 공략한다는 점이 달라진 점이다.
95% 이상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장악한 세계 오피스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현재 0.4%에 불과한 점유율을 5년 뒤인 2020년에는 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도 빼놓지 않았다. 매출 목표는 한컴그룹 기준 무려 1조원이다.
한컴은 이런 의지를 담은 신제품 '한컴오피스 네오'를 27일 출시했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은 하루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들의 목표는 세계 시장 5%"라며 "5% 점유율을 갖게 되면 세계 시장에서 한컴의 신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한컴이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한 곳은 1차적으론 남미, 중동, 러시아, 중국, 인도 5개다. 한컴에 따르면 이 곳들은 '반MS' 정서를 띄는 지역이다.
한컴 이원필 부사장은 "공통적으로 보안을 위해 데이터를 미국 회사 시스템에 저장하지 않았으면 하는 요구가 있고 MS 제품에 대한 가격 부담을 느끼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지역들을 뚫기 위한 방법은 시장, 고객을 가진 파트너를 이용하는 것이다. 클라우드 업체, 통신사는 물론 필요하다면 경쟁사와 손잡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게 한컴의 입장이다.
한컴 방병일 부사장은 "기술, 자본, 시장, 고객을 가졌다면 법인, 단체, 개인이라 할 지라도 열려 있다"며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경쟁력도 없지 않다. 10개 언어에 대한 번역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컴 이원필 부사장은 "한컴오피스 네오 가격은 기업용의 경우 MS오피스의 70%, 개인 소비자용은 25% 수준으로 출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컴의 이같은 자신감에도 해외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컴은 지난 2014년에도 '글로벌 IT 혁신 기업'을 목표로 제시하며 2017년까지 해외 매출을 5~6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2013년(21억), 2014년(22억) 한컴의 해외 매출은 20억원 수준으로 거의 변화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당장 내년까지 100억원 이상을 거둬야 하는 셈이다. 당시에는 1조 목표 매출 달성 시점은 2023년이었으니 오히려 이번엔 3년이 앞당겨졌다.
물론 한컴도 이를 잘 안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조차 스스로도 해외시장 확대를 'SW 신화를 쓰는 것'에 비유할 정도다.
오히려 이번 제품은 국내 공공 오피스 시장에서 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현재 이 시장은 MS와 한컴이 나눠 지배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한글(hwp) 문서 작성을 위해 한컴 오피스를, 엑셀 작업을 위해선 MS 오피스를 함께 사용하면서 사실상 가격 상승을 막을 동력이 실종됐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이런 가운데 한컴이 내놓은 신제품 한컴오피스 네오는 포화상태인 공공 오피스 시장에서 MS의 점유율을 뺏을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한컴 역시 이번 제품 개발 배경 중 하나로 '중복 구매 이슈'를 든 데다 엑셀과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한셀의 호환성과 기간계 시스템 연계를 강화한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공공기관이 엑셀 대신 한셀을 사용하게 만들 수 있다면 한컴은 공공시장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컴에 따르면 MS오피스와 호환성은 주로 쓰는 기능 위주로 96~97%다.
한컴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국내에서는 한글(hwp)과 워드(doc)의 문서형식 차이로 워드만 사용하는 이들은 한글 문서 사용에 불편을 겪거나 2개의 오피스 SW를 사용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왔다"며 "그러나 이제 한컴오피스 네오만 있으면 2개의 오피스 SW를 구매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했다.
한컴 관계자는 "기존 한셀은 기간계 시스템과 연동하는데 추가적인 작업이 많이 필요했지만 이번 제품은 기간계 시스템에서 활용도가 높은 API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기간계 시스템과 연계가 쉬워졌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공공 오피스 시장을 두고 MS와 한컴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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