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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2015년 노벨 과학상의 주인공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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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이면 전 세계인과 연구자들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행사가 열린다. 특정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거나 중요한 연구의 실마리를 제공한 인물을 골라서 거액의 상금을 전달한다.

선정위원이 모인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이름을 호명할 때마다 각국에서는 기쁨의 박수와 아쉬움의 한숨이 뒤섞인다. 시작된 지 114년이나 됐지만 갈수록 인기와 권위가 동시에 높아지는 이 행사의 주인공은 바로 ‘노벨상’이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 1833~1896)이 만들었다. 노벨은 거대한 폭발력을 가진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다가 수많은 인명 피해를 유발하는 바람에 ‘죽음의 상인’이라고도 불렸다.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하던 그는 재산의 90% 이상을 노벨상 제정과 수상에 사용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사후 5년이 지난 1901년부터 물리학, 생리의학, 화학 등 과학 분야와 문학, 평화를 합쳐 5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스웨덴 중앙은행이 경제학상을 추가 제정하면서 이제는 매년 10월이면 6개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을 선정해 12월 시상식에서 각 10억 원이 넘는 상금을 전달한다.

지난해 노벨상은 10월 5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이, 마지막으로 12일에는 경제학상이 결정됐다. 선정일이 다가올수록 각국 언론에서는 예상 수상자를 점찍어두고 분석 기사와 관련 자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고, 하루하루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곳곳에서는 환호와 탄식의 목소리가 교차됐다.

노벨상 중에서 과학 분야의 수상자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생리의학상은 투유유 중국 전통아카데미 주임교수, 오무라 사토시 일본 키타사토대학교 명예교수, 윌리엄 캠벨 미국 드류대학교 명예연구원 등 3명이 공동 수상했다.

이들은 저개발국가에서 주로 유행하는 감염성 질환을 퇴치하는 성분을 찾아낸 공로가 인정됐다. 투유유 교수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오무라 사토시 교수와 윌리엄 캠벨 연구원은 사상충증과 림프사상충증의 치료제를 개발했다.

말라리아는 주로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데 전체 환자 수가 2억 명을 넘고, 사망자만 매년 수백 만 명이 넘는다. 환자의 90%가 아프리카에 거주하고 80%가 5세 이하일 정도로 경제적 취약계층을 주로 괴롭히는 질병이다. 투유유 교수는 길가에 흔하게 피어나는 개똥쑥에서 아르테미신 성분을 추출해내 중국 남부와 베트남의 말라리아 확산을 막았다.

박사학위도 없고 해외유학 경험도 없는데 고대 의학서적 속 전통재료를 연구한 것만으로 노벨상을 받아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흑파리에게 물려서 기생충이 감염되는 사상충증도 피해자 대부분이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동에 거주한다. 사상충이 눈의 망막으로 침투해 시력을 잃기도 하고 림프사상충이 온몸에 퍼져 팔다리가 붓고 피부가 썩어 들어가기도 한다.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집 근처 흙 속에 사는 스테렙토마이세스 박테리아에서 50여 가지의 항생제 원료를 얻어냈다.

당시 미국 제약회사 머크(Merck&Co., Inc.) 소속이었던 윌리엄 캠벨 연구원은 그중 이버맥틴이라는 성분이 기생충 감염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저렴한 가격의 사상충증 치료제를 개발해 수많은 목숨을 구했다.

물리학상은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학교 교수와 아서 맥도널드 캐나다 퀸즈대학교 교수가 함께 받았다. 이들은 우주의 기본입자라 불리는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중성미자는 타우, 뮤온, 전자 등 3가지 종류가 있으며 1cm3 공간에 초당 1천억 개가 지나갈 정도로 우주 어느 곳에든 가득 들어차 있다.

그러나 크기가 너무나 작아서 관찰이 거의 불가능하고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도 하지 않아 물체에 부딪혀도 튕기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 지나간다. 그래서 질량은커녕 존재 자체를 증명하는 일도 어려워서 유령입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가지타 교수는 1km 깊이의 지하에 설치된 슈퍼가미오칸데 검출기를 이용해 1998년 중성미자 간의 관계를 밝혀냈다. 지구 대기권 내에서는 중성미자가 뮤온과 전자의 두 상태 사이에서 계속 변환을 일으킨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맥도널드 교수는 캐나다 서드버리 관측소에서 중성미자의 변환을 확인했다. 태양의 핵융합 과정에서 생겨난 수많은 중성미자가 지구에 도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중간에 상태가 바뀌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중성미자가 직접 검출되지 않는다면 상태가 바뀐 것이지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중성미자는 우주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지금도 매초마다 수십 조 개의 중성미자가 우리 몸을 통과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알지도 느끼지도 못한 채 생활한다. 중성미자의 비밀을 풀어낸다면 지금까지 상상하지도 못했던 연구 성과와 새로운 개발품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측된다.

화학상은 토머스 린달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명예소장, 폴 모드리치 미국 듀크대학교 교수, 아지즈 산자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교수 등 3인이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일부 손상된 DNA가 스스로를 치료하는 과정을 밝혀낸 덕분에 유전자 차원에서 암을 치료하는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 네 가지 염기체의 서열에 의해 특성이 달라진다. 어떤 순서로 결합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종류의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DNA의 염기체는 태어날 때부터 일정한 순서로 배열돼 있지만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달라지기도 한다. 독성물질에 노출되거나 가혹한 환경에서 거주할 경우 DNA가 손상돼 각종 질병이 생기고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린달 소장은 DNA 스스로 잘못된 염기체를 잘라내고 새로운 염기체로 대체하는 현상을 발견했고, 모드리치 교수는 한 쌍으로 이루어진 DNA가 서로의 염기체 중에서 짝이 맞지 않는 부분을 고치는 현상을 규명했다. 산자르 교수는 자외선으로 손상된 DNA는 염기체뿐만 아니라 뉴클레오티드 성분까지 복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과학 전체의 거대한 시각에서 수상자들의 연구는 하나의 조그만 성과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난치병 극복과 우주의 기본구조 규명이라는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줬다. 올해도 우리나라는 노벨상을 배출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학문 자체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인류를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 저절로 영예가 주어지지 않을까.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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