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큰 장 서는 크라우드펀딩, 벤처·VC "반갑다"

[김다운기자]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약 한 달 뒤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문을 열게 된다. 내년 1월25일 크라우드펀딩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업계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 7월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기틀이 마련됐다. 법안이 발의된 지 약 2년 만에 이뤄진 값진 결과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창의적인 사업계획을 가진 기업이나 아이디어를 보유한 사람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을 뜻한다.

자금 모집 및 보상 방식에 따라 후원·기부형, 증권형(지분형·투자형), 대출형으로 나뉘는데, 내년 시행되는 크라우드펀딩법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크라우드펀딩법 통과는 그동안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크라우드펀딩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금융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육성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열리면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들이 수월하게 주식, 채권, 그리고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증권(주식과 채권의 중간형태 증권)을 발행해 투자자금을 모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오는 2018년까지 향후 3년 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약 2천700억원 수준의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 2천400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7천100억원의 매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코넥스와 코스닥 상장으로 이어지는 성장 계단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업도 창업 7년 이하의 초기 중소기업으로 제한됐다. 다만 신기술개발, 문화사업 등 프로젝트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7년 이상된 기업도 이용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은 이런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예탁결제원 등 시장 기반 시스템 구축 마무리 단계

정부는 내년 제도 시행에 앞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 조성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한참이다. 특히 크라우드펀딩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인된 기관이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증거금 등의 자금을 별도로 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한국예탁결제원이 크라우드펀딩 중앙기록관리기관으로 선정됐으며, 한국증권금융은 은행들과 함께 청약증거금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예탁결제원이 중앙기록관리기관으로서 하는 일은 크라우드펀딩 업체들로부터 발행기업, 투자자 정보 등을 제공받아 관리하는 것이다. 업체의 발행한도 및 투자자의 투자한도를 관리하고, 청약 주문 내역, 모집 관련 자료 등을 보관하게 된다.

증권금융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청약증거금을 투자자로부터 예치받아 관리한다.

이들 기관은 법 시행에 맞춰 시스템을 완료하기 위한 테스트 작업을 진행중이다. 증권금융은 이달 11일, 예탁결제원은 14일까지 크라우드펀딩 업체들로부터 테스트 접수를 마감하고 업체와 기관 간의 네트워크 연계 등 통합 테스트를 실시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6개 크라우드펀딩 업체가 테스트를 신청해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탁결제원 윤관식 신사업개발팀장은 "테스트를 신청한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은 중앙기록관리기관과의 연계 업무가 충분할 정도로 하드웨어적 준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제도 시행에 맞춰 '크라우드펀딩 공공플랫폼'을 오픈할 계획이다.

공공플랫폼은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하는 민간업체들에게 쉽게 우량 발행기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크라우드펀딩 증권 발행 대상인 우량기업의 정보가 올라올 예정이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선터를 통해 민간 투자자금이 필요한 우수한 기업 리스트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이 공공플랫폼을 통해 우량기업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후에는 크라우드펀딩뿐만 아니라 시장의 다양한 영역에서 금융지원이 필요한 필요한 우수기업들을 발굴해 벤처투자 등과 연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픈트레이드와 와디즈 등 주요 크라우드펀딩 업체들 역시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크라우드펀딩업)' 등록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기존 크라우드펀딩 업체들도 이번에 법제화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법 기준에 맞춰 5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사업계획, 인적·물적 시스템 등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공식 등록에 앞서 12월14일부터 크라우드펀딩업 등록 사전검토 서비스를 실시한다.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이 등록신청서류 작성을 완료해 사전검토 서비스를 신청하면, 금감원은 등록요건 구비여부를 점검하고 보완사항을 안내할 예정이다.

와디즈 신혜성 대표는 "금융위 등록을 위한 인적요건, 물적요건 같은 기준을 맞추는 등 행정적인 준비는 거의 완료됐다"며 "예탁원 등과 시스템 연동작업이 완료되면 사실상 인프라도 완료되는 셈이며 내부적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 정비 등을 거쳐 내년 1월 시행 기간에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탈도 주목…"대중 지지 확인된 투자, 매력 커"

투자대상이 되는 기업 선정과 투자자 유치 준비도 활발하다.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은 법 시행과 동시에 3~5개 정도의 기업을 선정해 크라우드펀딩 자금을 모집할 계획으로 파악된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집할 수 있는 자금은 한 기업당 7억원까지지만, 기존 시장을 생각해볼 때 주로 2억~5억원 정도의 자금이 모집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 유치가 절실한 스타트업 기업들로서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마련되는 자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오픈트레이드 고용기 대표는 "1월부터 바로 크라우드펀딩을 받고 싶다는 기업들이 많아 매일 미팅을 하고 있다"며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일찌감치 들어오고 싶어하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물어보는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와디즈가 크라우드펀딩 발행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크라우드펀딩 스쿨'에도 최근 1년간 2천명 이상의 벤처기업 관계자들이 수강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다.

전문가들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벤처캐피탈이나 엔젤투자업체, 투자자문사 등의 전문투자자들이 활발히 참여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 등 일반 투자자의 경우에는 한 기업당 200만원, 연간 5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으며, 전문투자자의 경우에는 투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옐로금융그룹 사내벤처 형식으로 출범한 크라우드펀딩 업체 인크의 고훈 대표도 "기존 주식이나 채권, 원자재 등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크라우드펀딩은 전문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인 투자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에 대해 관심이 컸던 투자자들이 최근에는 경쟁 심화로 스타트업 투자 등 앞단까지 관심이 넓혀지는 추세"라며 "스타트업 기업이 성공하면 적은 자금 투자로도 '대박'이 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기존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분위기다.

와디즈의 신 대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크라우드펀딩 모의투자대회를 개최했었는데 벤처캐피탈협회 소속의 전문투자자들도 대회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았다"며 "특히 소규모로 투자하는 소형 벤처캐피탈들은 새로운 투자매체로서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이 높고 기대감도 높았다"고 전했다.

오픈트레이드의 고 대표는 "이미 벤처, 초기기업에 대해 투자를 해오고 있는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할 경우 아이디어와 사업계획에 대해 대중의 지지와 선검증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