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사전면세제 시행과 새로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등으로 국내 면세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알려진 면세사업과 다른 형태인 '사후면세점'이 주목받고 있다.
사후면세점은 롯데, 신라 등의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반 면세시장과 달리 관할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할 수 있으며, 명동·동대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에 '택스 리펀드(Tax Refund)'라고 내건 곳들을 일컫는다.
반면 사전면세점(Duty Free)인 롯데, 신라 등의 업체들은 관세청이 관할하고 있어 5년마다 사업권을 재승인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조 원으로 전망되고 있는 사전면세점 시장과 달리, 사후면세점 시장은 전국에 약 5천여 개 점포가 연간 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다는 기준에 근거해 대략 5조 원 시장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사후면세점은 기업형보다 소규모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국내에서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후면세점은 대부분 화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방한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후면세점들도 급증한데다 일본에서도 성장세가 높은 시장으로 주목 받으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정부에서 이를 적극 추진해 출국장에서 관광객들이 소비세를 돌려 받는 번거로움을 개선했다. 또 소비세 8%를 즉시 빼주는 사후면세점을 편의점, 잡화점 등을 중심으로 늘려 나가면서 현재 점포수는 5천800개에서 1만8천 개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일본의 지난 3분기 외국인 관광객 쇼핑액은 82% 증가했다.
이에 자극 받은 우리나라도 내년 1월 1일부터 '사전면세제'를 시행해 한 매장당 20만 원 범위 내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전면세된 금액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관광객들은 내년부터 매장당 200만 원 이하의 물품을 구입할 경우 해당 매장에서 바로 환급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이들이 공항에서 세금 환급 받을 때의 불편이 해소되면서 더 많은 상품을 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국내 면세 환경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금 환급'을 해주는 사후면세점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소규모 점포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 사후면세점 전문업체까지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엘아이에스(LIS)로, 현재 서울과 제주에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내년 1분기까지 서울, 제주, 부산을 중심으로 5개 신규 사후면세점과 2개의 체험형 매장을 오픈해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윤장원 엘아이에스 대표는 지난 13일 제주도에서 열린 '엘아이에스 2016 기업 운영 계획 발표회'에서 "해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 제주, 부산의 주요 거점을 확보해 2016년을 국내 대표 사후면세점 사업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레이저 응용기기 사업을 펼치던 엘아이에스는 지난해 신경영진이 합류하면서 사후면세점 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됐으며, 사후면세점으로만 지난 10월 기준 올해 2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윤 대표는 "올해부터 중국인 관광객 대상 사후면세점 등 외국인 전용 판매업과 호텔숙박연계사업 등 종합 여행·관광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사후면세점 사업에서 2천500억 원, 레이저 사업에서 500억 원 등 총 3천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엘아이에스의 이 같은 자신감은 국내 중국인 대상 인바운드 여행업계 1위 업체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중국 여행사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토대로 '저가 관광' 중심의 패키지 상품을 구성해 '쇼핑'을 목적으로 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면세점으로 데려가고 있다.
여기서 운영 중인 제주 JSM 백화점에 방문한 한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 화장품이 좋아 많이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가 백화점처럼 여러 품목을 팔고 있어 좋았다"며 "시설, 품질 등이 좋은 면세 매장인데다 부가세 환급을 받으면 가격도 저렴해져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엘아이에스는 올해 호텔 연계사업을 진행하고 양양, 청주 등 지방공항 면세점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 및 산학협력을 통해 관광객 대상으로 의료융합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만간 후쿠오카, 도쿄 등 일본 지역뿐만 아니라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미국 하와이 등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사후 면세 영업망 확장에도 나설 예정이다.
윤 대표는 "이달 초 온라인모바일 전문기업, 호텔마스터리스 기업, 화장품 제조 기업, 건강기능식품 제조 전문 기업 등을 잇따라 설립하며 여행업 전반에 걸친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며 "내년 초 판매 네트워크를 대폭 확대할 예정으로, 향후 사후 면세 분야를 넘어 관광, 숙박, 쇼핑, 문화체험 등을 아우르는 조합 여행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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