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애플과 삼성전자의 명암이 갈리면서 연성회로기판(FPCB) 업계에 국가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애플의 영향을 받는 일본, 대만업체들은 비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FPCB 업체들은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18일 KB투자증권은 국내 FPCB 업계의 구조조정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다만 원자재가격 안정세와 우호적인 환율 여건 등으로 보면 올해 국내 FPCB산업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FPCB 시장은 지난 2014년에 전년 대비 10.5% 성장한 125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올해도 8.6% 성장한 136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 FPCB 1위 업체인 니폰 메크트론(NOK)의 2014년 매출액 성장률은 28%, 영업이익률도 8.7%에 달한다. ZDT는 아이폰 조립을 담당하는 계열사 폭스콘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 2014년 매출액 증가율이 60% 달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터플렉스를 포함한 국내 업체들의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은 2014년 대비 2015년에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월 중견 FPCB 업체인 그린테크놀로지(비상장)의 법정관리 신청과 소규모 외주 업체들의 도산, 자산 매각, 일부 상장 업체의 자금조달 추진 소식 등은 FPCB 업황 악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KB투자증권은 판단하고 있다.
◆FPCB 국가별 양극화 나타난 원인은?
이 같은 사태가 나타난 배경은 무엇일까? KB투자증권의 김상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 급증 시기에 진행된 국내업체들의 경쟁적인 생산능력 증설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가동률 하락과 판가 압력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실적 악화의 부메랑으로 되돌아 왔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동남아시아와 중국 본토에 생산 능력 증설을 추진했던 니폰 메크트론(NOK), 후지쿠라 등 일본업체들과 아이폰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주로 담당하는 혼하이정밀 계열의 ZDT 등 대만 업체들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국내 FPCB 매출액 상위 3개사인 인터플렉스, 에스아이플렉스, 영풍전자의 2014년 합산 매출액은 1조4천억원으로 2013년 대비 33.0%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외형 감소폭이 더욱 커졌던 것으로 풀이됐다.
◆국내 FPCB 업황, 올해 바닥치고 오를 가능성 보여
김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하반기 신제품 출시 효과 및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으로 인해 국내 FPCB업체들의 실적 개선은 가능할 것"이라며 "주요 원자재 가격 안정 및 우호적인 환율효과가 더해지면서 2015년이 국내 FPCB 업황의 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면적 기준으로 판가가 결정되는 FPCB 업체들의 특성상, 대화면 스마트폰 비중 증가와 안테나, 전장부품, 의료기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신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노출도 증가는 FPCB 업체들의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메인 안테나와 근거리무선통신(NFC) 및 무선충전 모듈 등 FPCB가 베이스로 탑재되는 스마트폰의 비중이 최근 높아지고 있는 점은 관련업체들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김 애널리스트는 예상했다.
아울러 "구조조정 시기의 승자가 되기 위한 조건은 높은 점유율과 신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감안할 때 FPCB 업종 내에서는 주목할 만한 상장사로는, 인터플렉스, 비에이치, 이녹스 등을 거론했다.
인터플렉스는 2014년 800억원에 달했던 감가상각비 부담이 오는 2016년에는 3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란 설명이다. 또 비에이치는 디스플레이용 FPCB 부문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녹스의 경우, 국내 FPCB 소재 1위 회사로서 다양한 신제품 양산을 통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