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1990년대 민원창구를 찾던 것과 달리 이제는 온라인 민원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민원24 이용건수는 2004년 779만 건에서 2012년 6천873만 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루가 걸리던 기업의 수출 통관은 이제 1.5분이면 충분하다. 특허 심사 기간은 21개월에서 13.2개월도 단축됐다. 이렇듯 기업 서비스의 온라인화는 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내년 4월이면 50년이 되는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대표적 성과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한국의 전자정부는 그러나 이뤄낸 성과 못지 않게 다시 살피고 반성해야 할 문제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많다.
◆가트너 부사장 "일하는 방식 바꿔야"…NIA '3D 전략' 제시
16일 정부서울청사별관에서는 전자정부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전자정부 국제전문가 초청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세계적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존 코스트 부사장은 "디지털 정부를 위해선 기술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20년간 미국 연방정부 정보화책임관(CIO)으로 재직한 전자정부 분야의 전문가인 코스트 부사장은 "디지털 정부는 업무 프로세스와 이를 지원하는 데이터에 관한 것"이라며 "기술적 인프라에 대한 집중은 최소화하고 시민 중심적 관점에서 디지털 정부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디지털 정부란 정부와 국민, 나아가 사물을 연결시켜 시민들의 삶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호주 등도 디지털 정부를 새로운 전자정부로 제안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이를 위해서 정부 부처간 협업을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경우 어느 업계보다 국민과 기업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 데이터를 개별적 부처에 저장함으로써 '사일로(silo)'를 형성, 공유와 활용이 어렵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디지털 정부는 여러 조직이 같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사일로를 극복하기 위해선 각 부처의 장 등 리더들이 관여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오강탁 전자정부 본부장도 부처간 연계를 새로운 전자정부의 방향으로 봤다.
그는 "날로 복잡해지는 사회현안은 단위부처 역량으로 해결하기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전자정부는 기존 정부 주도에서 주체간 협력을 기반으로 생태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전자정부 모델로 데이터 기반의 행정 서비스(Data driven), 파괴적 혁신전략(Disruptive innovation), 고객 기반 가치창출 지원(Desirable value creation)의 3D 추진전략을 제안했다.
그는 "'사용자 요구에 충실하라', '정부가 할 수 있지만 민간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먼저 고민하라',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서비스를 재설계하라' 등을 기본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정부 1위 국가 타이틀, 그러나...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국제연합(UN) 전자정부 평가에서 2010년, 2012년, 2014년 3회 세계 1위를 기록했다. 6·25 이후 약 60년만에 ICT 기반의 행정체계 수출국가로 도약했다.
UN은 범정부적 접근(Whole of government) 이용 확대(Expanding Usage) 온라인 참여(E-participation) 공공데이터 개방(Open Government Data) 디지털 격차와 취약계층(Digital Divide and Vulnerable Group) 다채널 서비스 제공(Multi-Channel Service Delivery) 등 다양한 영역을 평가해 각국의 전자정부 정도를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조사 결과 ICT 발전지수는 세계 2위며, OECD 국가 중 공공데이터 활용지수 1위다.
우리나라는 행정 내부 효율화와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클라우드 기반의 전자정부 구축 등 한층 전자정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존 코스트 부사장과 오강탁 본부장이 지적하듯 우리 정부부처는 개별 원자로의 사일로(silo)처럼 별개의 조직차원에서 운영될 뿐 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클라우드 도입이 지지부진한 것 역시 보안문제 외에도 부처간 정보공유를 꺼리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사람들은 지금까지 잘해온 업무 방식을 갑자기 바꾸길 꺼리고 기술적 사안을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고기술책임자(CIO)나 IT 리더들은 이를 바꿀 권한이 없는 만큼 의사결정권자들이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자정부는 행정 효율에서 출발해 이제는 사회 전반의 혁신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그러나 전자정부는 성숙하긴 했지만 국가 사회현안을 해결하는 수단으로는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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