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그동안 새누리당의 개혁적 보수로의 혁신을 상징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청와대와의 갈등 끝에 결국 퇴진하면서 여당의 보수 혁신이 퇴색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사퇴를 결의한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아들여 사퇴했다. 지난 2월 원내대표 당선 후 5개월 만에 퇴진한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유 전 원내대표를 사실상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린 후 13일 만이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유 전 원내대표를 직접 거론하며 책임론을 제기한 이유로 그간 유 전 원내대표가 건건마다 박근혜 대통령과 다른 기조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당선 때부터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유 전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해 눈길을 끌었고,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청와대와 다른 길을 걸은 셈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당시 당청관계의 무게 중심을 당으로 가지고 와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청와대와 여권의 징검다리로 정책을 통해 정권의 정송을 뒷받침해야 여권의 원내대표로 청와대와 이견을 불사한 것이다.
◆당선 이후 건건마다 靑과 갈등, 친박계 공격에 결국 퇴진
이는 유 전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을 개혁적 보수로 탈바꿈해 그 힘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 승리해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임시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성장복지의 균형 발전과 '중부담-중복지' 모델을 제시할 만큼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안보에서는 우를, 경제나 복지 분야에서는 현재보다 좌클릭을 추구하는 유 전 원내대표의 생각에 비박계 뿐 아니라 야권에서는 박수를 보냈지만, 당시에도 친박계 의원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유 전 원내대표는 결국 청와대와의 갈등을 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면서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유 전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13일간 버텼지만 결국 8일 사퇴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청와대와의 갈등을 원인으로 직을 떠나게 되면서 이후 당에는 이와 같은 목소리가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간 당청갈등이 계속되면서 차기 원내대표는 계파를 떠나 당청관계 복원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청와대와 다른 정책이나 이념을 표출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사퇴의 변에서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고 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더라도 이같은 새누리당 개혁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 전 원내대표의 퇴진으로 여당 내 개혁 세력이 위기에 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후 여권이 어떤 미래를 선택할지 주목된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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