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북미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 '넷플릭스'의 일본시장 진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료 결제에 거부감이 있고 저렴한 케이블TV 서비스가 존재하는 일본시장과 국내시장이 여러모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내년 하반기 국내시장 진출을 예고해둔터라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의 판도 변화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하반기 일본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후지 미디어 홀딩스 산하 후지TV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필두로 일본내 콘텐츠 기업과 제휴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일본 지사 대표는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내 서비스되는 콘텐츠는 스포츠와 뉴스를 제외한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코미디 장르"라며 "가치 있는 콘텐츠의 유료구매에 적극적이고 저작권 보호가 잘 되는 일본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후지TV의 제휴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다. 제작비의 일정 금액을 넷플릭스가 부담하고 저작권은 콘텐츠 제작자가 갖는다. 일본 최대 영상 제작사중 하나인 요시모토 프로덕션도 넷플릭스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아 콘텐츠 제작에 나서기로 했다.
◆넷플릭스 일본 상륙, 성공 여부는?
넷플릭스는 미국 외 지역에서는 콘텐츠 제휴방식을 통해 비즈니스를 성공시킨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현지 서비스를 성공을 위해서 독자적인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의 분위기는 넷플릭스가 성공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엇갈리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노무라연구소 측은 "일본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고 DVD 대여점이 즐비할 정도로 미국과는 시장 환경이 달라 미국에서처럼 넥플릭스가 급격한 성장을 이루기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연구소의 미야케 요이치로 연구원은 "다만 장기적으로 볼때 일본 시장에서의 콘텐츠 배포 방식을 따라간다면 일본 내 방송국이 하나 늘어난듯한 존재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지상파 무료 콘텐츠가 즐비한 일본 시장에서 유료 동영상스트리밍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반대로 현지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의 디지털엔터테인먼트 기업 에이벡스의 무라모토 리에코 디지털 비즈니스 본부장은 현지 인터뷰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일본 내에서도 VOD 서비스 수준을 올리고 고객을 더 만족시키는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좋은 경쟁자로 함께 시장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이벡스는 일본 최대 유료 VOD 서비스 'dTV'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진출시 관건은 '요금'과 '콘텐츠'
일본과 국내 동영상 서비스 시장은 유사한 점이 많다. 미디어 이용자들은 무료지상파와 함께 저렴한 케이블TV 이용료에 따라 유료 결제에 인색한 편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성공한 미국 시장과는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비싼 미국내 케이블TV 시청 이용료 때문이다.
미국은 채널 수가 어느정도 보장된 케이블TV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월 100달러(11만원) 가까이 지불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월평균 3천엔(2만7천원)~5천엔(4만5천300원)정도지만 우리나라는 1만원도 채 안되는 요금제 상품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최저 요금 기준 월 7.99달러(8천900원) 요금상품도 있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미국 전역의 넷플릭스 회원 수는 약 4천400만명으로 미국 전체 가구 중 약 4분의 1이 넷플릭스 고객이다.
미국내에서의 저렴한 요금제도 국내와 비교한다면 '가격경쟁력'이 무의미해진다.
다만 유료 결제에 대한 국내 이용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추세라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KT의 전년대비 유료 VOD 결제 비중은 150% 증가했다. LG유플러스도 43% 늘었고 SK브로드밴드 측 역시 상당수 증가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인터넷 영상서비스 곰TV 역시 유료 VOD 결제 비중이 20%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유료 결제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가 어떤 방식의 제휴를 통해 진입할 것인가에 따라 성패가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미디어연구실 곽동균 박사는 "넷플릭스는 본인에게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나 콘텐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젊은층 수요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가 가능할 수 있다"며 "다만 가격경쟁력 등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갖고 있는 만큼 단독으로 국내에서 서비스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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