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국회법 개정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새누리당의 재의결 거부로 사실상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23일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국회의 안건 송부 후 15일 이내에 이뤄져야 하는데 이에 따르면 시한은 30일까지다.
박 대통령은 23일과 30일에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 통상 중요한 결정은 시한에 여유를 두는 것을 고려했을 때 30일보다는 23일 국무회의가 거부권 행사 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시 재의결에 부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 의장은 지난 16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전화를 했는데 청와대의 강경한 입장을 확인했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헌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헌법 53조 4항은 '재의 요구가 있을 국회는 재의에 부치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8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우리는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소지가 없다고 생각해서 처리한 것"이라며 "그러나 다수의 헌법학자들이 위헌성이 있다고 이야기해 참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위헌성이 분명한데 그것을 결재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이것은 우리 모두 같이 고민할 문제지 서로 이것을 갖고 잘한다 잘못한다를 따질 일이 아니다. 슬기롭게 잘 풀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는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의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것이어서 여권이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결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해 보인다.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여권이 이에 대한 재의결에 동참해 재가결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상당한 상처를 받으면서 당청관계가 사실상 파국에 이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내 계파 갈등도 도를 넘을 수 있다.
◆벌써 여권 계파갈등, "정치판 깨선 안돼" vs "모호한 법이 문제"
그러나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 자체로 당내 계파 갈등은 상당히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협상의 당사자인 유승민 원내대표가 치명적 상처를 입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미 친박계에서는 유승민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벌써부터 계파 간 충돌이 일고 있다.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지난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과정이야 어찌됐던 87%의 여야 합의에 의해 통과된 법으로 청와대에서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에 국회의장의 중재 속에서 여야 합의로 수정안을 만드는 등 국회는 나름 성의를 다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한 청와대 비서들의 행태를 보면 대통령을 모시는 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다"며 "법이 문제가 있다면 헌법 제기 소송 등을 하면 된다. 이런 문제로 정치판을 깨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이정현 최고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국회법에 대해 18대, 19대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다뤘지만 이같은 결과를 내지 않은 것에는 위헌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며 "입법부에서 애매모호하고 혼란을 줄 수 있는 법을 만들어 청와대에 넘기면 집행을 해야 하는 현장에서는 누구의 뜻을 따라야 할 것인가"라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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