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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싸면 그만?' 학계도 결합상품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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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 토론회, 결합상품 규제놓고 충돌

[허준기자] 이동통신 서비스와 인터넷, IPTV 등을 함께 이용하면 요금을 할인해주는 이른바 '결합상품'의 지배력 논란이 업계를 달구고 있다.

통신업계는 물론 학계까지 엇갈린 분석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지배력전이를 막는 동시에 결합상품 활성화를 이끌어낼 묘수를 찾아낼지 관심이 모인다.

12일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ICT 생태계 진화에 따른 방송통신시장 규제의 현안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도 '결합상품'에 대한 엇갈린 시각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앞서 지난 11일 서울대 경쟁법센터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동통신시장 경쟁정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결합상품 규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의 지배력전이, 있다? 없다?

전문가들은 결합상품을 통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지배력이 IPTV와 초고속인터넷 등 다른 분야에도 전이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50% 가량을 확보중인 SK텔레콤의 결합상품이 불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SK텔레콤의) 지배력전이가 이뤄진다는 근거가 없다"면서 "근거없는 문제제기로 사전규제를 강화하면 오히려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배력전이는 인터넷 시장이나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배제되는 상황이 뒤따라야 하지만 전혀 그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 않다"며 "SK텔레콤에 의한 지배력 전이 문제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 역시 "KT나 LG유플러스는 이미 결합시장이 아닌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SK텔레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사업자"라며 "이미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합시장으로 지배력이 전이된다고 걱정하는 것은 심한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은 현재 시장경쟁 환경은 지배력전이가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반면 전날 서울대 경쟁법센터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홍명수 명지대 교수와 영남대 박추환 교수는 지배력전이 가능성을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이동통신 중심의 결합상품은 다른 구성상품 시장으로 지배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가격차별 등으로 이용자 불이익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박 교수 역시 "현재 5대3대2 구조로 고착화된 이동통신시장이 그대로 결합상품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이동통신시장 고착화 현상이 결합시장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지배력 전이를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합상품 할인, 소비자 혜택? 착시 현상?

결합상품 규제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학계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소비자 혜택'이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결합상품을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나 인터넷, IPTV 등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결합상품을 규제하는 것이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김성환 교수는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방송을 따로 이용하면 세개 사업자가 나한테 이윤을 남겨야 하지만 이 세가지를 모두 합쳐서 팔면 그렇게 많은 이윤을 남길 필요가 없다"며 "단순히 거래구조 측면에서 결합상품이 이용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날 경쟁법센터 세미나에 참석한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사업자가 결합할인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책정할 경우 단품가격을 원래 가격보다 높게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결합상품의 가격이 100이고 단품 2개의 가격을 120이라고 책정한다면 할인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결합상품이 없었다면 단품 2개의 합의 100이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학계에서도 '소비자 편익'에 대해 장단기 관점에 따라 편익이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장기적 관점서 지배력전이 우려"

이처럼 양쪽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정부가 바라보는 규제 방향은 어떨까.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결합상품 할인이 이용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지배력 전이에 따라 '경쟁제한적' 상황이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이용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입장인 것.

정부 IT정책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김태오 방송미디어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결합판매 시장을 별개의 시장으로 보면 경쟁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미 기존에 존재하는 서비스를 결합하고 있기 때문에 별개의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태오 부연구위원은 "이용자들이 결합상품의 일부를 사실상 무료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사업자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인터넷, IPTV에서 고루 할인해준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IPTV가 공짜라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세대에 이어 다음 세대도 품질 좋은 통신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미래부 김경만 통신정책과장은 "당장 요금이 내려가는데 왜 규제하려고 하느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지배력이 전이되는) 결합상품이 소비자 효용을 증진시키는지 생각해보면 물음표"라면서 "SK텔레콤의 지배력이 없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해 간접적으로나마 통신정책의 방향성을 시사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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