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리스트가 여권을 강타하고 있다. 잘못하면 내년 총선과 내후년 있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대형 사건이 터지면서 여권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남긴 '성완종 리스트'에는 박근혜 정권의 전현직 비서실장이 모두 포함됐다. 더욱이 박근혜 정권의 2007년과 2012년 대선 자금과 관련된 것이어서 폭발력이 더욱 크다. 그동안 깨끗함을 강조해왔던 박근혜 정권의 도덕성이 뿌리부터 흔들릴 위기인 것이다.
당장 국정 동력 상실로 박근혜 정권이 집권 3년차의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던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해당 인사들은 여권인 새누리당 차기 주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문제가 더 크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여권의 차기 주자인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포함돼 있다. 게다가 1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홍 지사는 검찰 수사 1순위로 꼽히고 있는 실정이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시장으로 전망되는 '부산시장'도 언급돼 있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13일부터 '성완종 리스트'에 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수사 과정에서 차기주자들이 상처받으면 새누리당의 총선과 대선은 전망이 어두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의혹이 증폭되는 것은 더 금물이다. 국민적 불신과 의혹이 커지면 여권 전체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검찰 특별수사팀 구성과 관련해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은 어떤 부담도 갖지 말고 철저한 수사에 임해달라"며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데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으며 새누리당부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데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강한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특검까지 언급했다. 유 원내대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조금이라도 미흡할 경우 국민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지만 의혹이 해소되지 않거나 검찰 수사가 국민 의심을 사는 일이 발생한다면 특검을 결코 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메가톤급 사건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성완종 전 회장이 여야 가릴 것 없이 마당발급 인맥을 자랑한데다 성 전 회장이 노무현 정부 당시 2005년, 2007년 두 차례 특별 사면을 받은 바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른바 '성완종 사건'은 여권 핵심을 겨냥하고 있다. 성완종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여권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