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개혁, 들소처럼 나아가야"

[김다운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 각오로 금융규제 개혁, 기술금융 제도 보완, '핀테크 생테계' 구축, 가계부채 관리 등에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기존 금융위의 업무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개혁을 강화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위원회 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임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금융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지금이 금융개혁을 추진할 마지막 기회이자 개혁을 성공시킬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금융당국은 선수들의 작전을 일일이 지시하는 '코치'가 아니라, 경기를 관리하는 '심판'으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는 각오다.

그는 "검사·제재 관행을 선진국 수준으로 쇄신하겠다"며 "개인 제재를 기관·금전 제재 중심으로 전환하고 비공식적 구두지시는 공식화·명문화할 것"을 다짐했다.

금융의 실물지원 기능 강화에 대한 포부도 전했다. 특히 기술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창의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혁신적인 자금중개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며 "기업의 실제 수요에 맞게 자금이 공급되도록 기술금융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을 스스로 식별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을 배양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의 낡고 불합리한 규제들을 걷어내고 사모펀드와 모험자본을 활성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쏟겠다는 뜻도 전했다.

금융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의 하나로는 '핀테크'를 꼽았다.

그는 "핀테크라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우리 금융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며 "핀테크업계, 금융회사, 정부 간 협력 체계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관련 규제를 개선하는 '핀테크 생태계'가 구축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규제의 큰 틀'을 전환하겠다"며 "영업 규제 및 과도한 건전성 규제는 국제기준과 금융사의 역량에 맞춰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임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 등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함께 미시적·부문별 관리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임 위원장은 금융개혁을 위한 노력을 '아프리카 들소떼'에 비유하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아프리카의 들소인 누우는 건기가 되면 새로운 초원을 찾아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수백 킬로미터 이상의 대이동을 감행한다"며 "길목에서 사자와 악어들로 인해 많은 희생을 치르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기에 떠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옛 재경부와 기재부 등을 거쳐 청와대 경제비서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다. 지난 2013년부터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