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어린이집에 CCTV 등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개정안은 최근 잇달아 발생한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 폭행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어린이집 내 아동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녹화 영상을 60일 이상 보관하도록 하며 학부모나 어린이보호시설 기관, 경찰관이 원할 경우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당정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중점 추진키로 하고, 소관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달 24일 별다른 진통 없이 통과시킬 때만 해도 2월 임시국회 입법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지난 3일 본회의에 앞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일부 여야 의원들이 유무선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하는 네트워크 카메라에 대해 보육교사 인권침해 가능성을 제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법사위는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조항을 제외한 채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 171명 중 찬성 83표, 반대 42표, 기권 46명으로 최종 부결됐다.
국회를 향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CCTV 설치 방안을 밀어붙이다 보육교사들의 표를 의식해 부결시킨 것 아니냐는 비난도 흘러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영유아보육법 통과를 기대하던 많은 학부모들을 실망시켜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유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일부 확인해 보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의 압박도 일부 작용했을지 모르지만, 반대나 기권을 한 의원 중에는 CCTV 문제에 대한 본인의 소신이나 철학이 분명한 분들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원내대표로서 이런 점을 충분히 거르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4월 임시국회에서 영유아보육법 입법을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대하는 분들에게 충분히 토론의 기회를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당 아동학대근절특위 간사인 신의진 의원은 "특위 간사로서 논란이 되는 부분을 의원 한 분 한 분을 찾아 충분히 설명을 드리지 못해 개정안 부결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간사직을 사퇴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개정안 재추진 입장을 밝혀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지만, 의원 개개인의 반대가 완강해 입법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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