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 이영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3년차 국정과제로 제시한 4대 구조개혁 가운데 핵심은 '노동'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적 노동시장 구조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데 정부 뿐 아니라 노동계와 경제계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대책, 60세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통상임금 등 세부 사항을 놓고서는 노사정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 논의가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시점에 아이뉴스24는 여야 정치권의 노동 전문가 새누리당 김성태,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의 대담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사회는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맡았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비정규직 차별이 문제""정규직 과보호론은 잘못, 근본 개혁 필요"
채진원 교수(이하 채)=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 핵심 과제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제시하면서 노동 현안이 올 한 해를 관통하는 이슈로 떠올랐는데요, 우선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진단해주십시오.
우원식 의원(이하 우)=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중심의 구조개혁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이중구조가 아니라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가 과도하게 생겨 내수가 침체되고 결국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정규직의 유연성을 늘리고 비정규직의 권한을 약간 올리는 수준의 대책을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접근해선 안 됩니다. 비정규직 대책을 제대로 만들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김성태 의원(이하 김)=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문제점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노동시장이 주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체 경제활동인구 1천800만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800만명에 달하는 반면, 대기업 정규직은 10% 밖에 안 됩니다. 이 10%를 제외하고 중소기업·협력·하청업체로 경제 자체가 이중구조화 되면서 노동시장도 갈라져버린 것이죠. 불안정한 노동시장 구조를 해소하는 측면에서 1차 노동시장(대기업, 정규직)의 유연성을 이야기하지만, 2차 노동시장(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사회적 갈등과 차별, 불평등을 해소할 길이 없습니다.
채=두 분의 진단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들립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정부는 정규직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축소시킴으로써 이중구조를 해소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진단이 틀렸습니다. 정부 공식 통계로 비정규직이 600만명을 넘었고 임시 일용직까지 더하면 1천만명이 넘는다. 법정 최저임금도 못 받는 사람이 227만명이나 됩니다. 또 노동소득 분배율, 국민소득 전체 대비 노동소득이 2012년부터는 6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 이야기는 정규직을 포함해 노동자들에게 주는 돈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반면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522조원에 이릅니다. 지난 4~5년 동안 80% 이상 늘어난 것이죠. 그동안 부자감세, 비정규직 확대로 노동시장을 지나치게 유연하게 만들어 놔 재벌 대기업의 잉여이윤이 쌓이는 반면 국민에 돌아가지 않아 내수가 죽는 것입니다. 10대 재벌의 잉여금을 국민에 돌려 1천만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임금을 개선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고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채=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을 비정규직이라고 짚으면서 이를 '정규직 과보호론'과 연계하고 있는데요, 이른바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이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구조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러한 시각이 옳다고 판단하십니까.
우=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일부 노동자에 대해서는 그러한 비판이 가능하지만, 이를 전면화해서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에 불과하고 대기업 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얼마 안 됩니다. 또 우리나라의 정규직 해고 보호 지수는 OECD 국가 중 22위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1년 미만 단기근속 비율은 35.5%, 10년 이상 장기근속 비율은 18.2%에 불과합니다. 정규직의 평균 근로기간이 5.1년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짧습니다. 정부직 보호가 굉장히 안 되고 있는 나라라는 말입니다. 정규직 보호 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는데, 비정규직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이런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노동시장 뿐 아니라 내수 진작, 경제 진작 모두 안 됩니다.
"사용기간 연장, 정규직 전환 막을 것"
채=두 분의 진단 잘 들어봤습니다. 공통적으로 비정규직 대책이 시급하다는 말씀 주셨는데요, 그런 차원에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핵심 쟁점인 사용기간 연장 문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겠습니다.
김=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핵심은 현재 2년인 사용기간을 4년까지(35세 이상, 근로자가 원할 경우) 연장하고, 정규직 미전환시 전체 사용기간 중 임금의 10%를 이직수당으로 준다는 것인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비정규직으로 최대 8년 동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대책으로 정규직 전환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김=정뷰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보면 올해 우리나라 노동환경이 친(親)기업 성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합니다. 지금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은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라는 취지이지만,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거나 고소득 전문직 파견을 확대하는 것은 그 취지와 다르게 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다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더 크게 고착화되고 있는 문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자기 밥그릇 지키기는 어떤 형태로든 깨줘야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해고 가이드라인 안돼…정년연장, 임금피크제 긍정적"
채=비정규직 대책이 노동시장 개혁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정규직 대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정규직 과보호'라는 인식 속에서 고용 해지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근본적으로 정규직 과호보를 깨서 차별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사회적 차별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 때문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대기업 정규직을 중심으로 일정부분 스테이(Stay) 해줘야 합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서 (복지 등 근로조건을) 계속 끌어 올리면 못 따라갑니다. 하향평준화를 위한 스테이가 아니라 중형평준화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합니다. 대기업이 임금, 복지 수준을 높이는 평균치가 있다면 그 내용을 가지고 협력·하청업체 근로자 차별 해소를 이뤄나가야 합니다.
우=누차 이야기하지만 정규직 과보호론은 틀렸습니다. 그것은 일부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을 노동시장 전체의 문제로 과대포장하는 것입니다. 정규직 과보호론을 근거로 한 정규직 대책은 정규직 조차 비정규직으로 만들려는 음모입니다. 우선 고용 해지 가이드라인은 합리적 기준에 따라 (근로자를) 평가하고절차에 따라 해고한다는 것으로 소위 '성과 해고제'입니다. 그런데 '합리적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매우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해고권 남용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겠다는 것입니다. 또 해고 절차는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는데 가이드라인으로 정하겠다는 것은 입법권 침해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임금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등은 필요한 경우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가 근거로 하고 있는 1년 미만 노동자와 30년 이상 노동자의 월급 차가 3.3배 넘는다는 통계는 잘못된 것입니다. 연령별, 업종별로 정확하게 분석하고 기업 규모와 고용 형태, 임금 격차 등을 감안해 임금피크제의 정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고민해 볼 수 있지만 단순 비교해 정규직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안 됩니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정년 60세는 참 잘 한 일입니다. 그러나 55세 이상 고소득 전문직 파견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60세 정년자를 없애는 독소조항입니다.
김=임금피크제가 정착되지 않으면 정년연장은 기업 입장에서 하나의 재앙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는 노동자들이 일정 부분 이를 수용하면서 중장년층 일자리가 안정되고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는, 그래서 정부가 제대로 된 복지 지출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이번 노사정 논의 과정에서 근로시간 단축이나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등은 패키지로 반드시 합의를 이뤄야 합니다. 그래야만 전체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보장의 핵심인 해고제한, 임금 보호, 근로시간 제한 및 취업규칙 불이익 등의 개선도 다 함께 이뤄질 수 있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재선(제18, 19대)인 김성태 의원은 한국노총 사무총장, 상임부위원장 출신으로 당내 '노동통'으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비정규직대책특위 위원장을 지냈으며 19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은 바 있다.
우원식, 그는 누구인가
새정치민주연합 재선(제17대, 19대)인 우원식 의원은 당 원내부대표, 사무부총장, 원내수석부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쳐 2013년 김한길 대표 시절 최고위원을 지냈다. 17대 국회에 이어 19대 후반기 국회에서도 환경노동위원회로 활동하고 있는 야당 노동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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