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상의 회장 "최태원 회장에 기회줘야"

[정기수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경제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인 가석방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용만 회장은 1일 출입기자단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간곡하게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면서 "국가경제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간곡하게 다시 한 번 생각해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라고 피력했다.

최근 여권발(發)로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가석방·사면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제단체장이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박 회장이 처음이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그동안 대한상의는 사법절차가 진행 중일 때는 얘기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아 일절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며 "14만 기업인을 회원으로 둔 상의가 이익이나 이해관계를 잘못 대변할 경우 국민들 보기에도 좋지 않고 다수의 상공인이 인정받을 수 있는 걸 잘못 유도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자제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최 회장 경우는 좀 얘기했으면 좋겠다"며 "(최 회장의 경우)사법절차를 다 거쳐 판결도 다 나왔고 지금은 처벌을 이행하는 중이다. 상당히 오랜 기간 이미 형기를 채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국가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기업인 가석방을 논의하자는 주장과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박 회장은 "누구를 벌하는 것이 사실은 반성 또는 새로운 개선을 모색하자는 뜻도 있는 건데 마지막 하루까지 꼭 다 채워 100% 처벌해야 하느냐"고 반문한 뒤 "SK는 (최 회장이)그룹의 수장이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처벌을 충분히 받았다는 판단을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 회장이)이번에 나오면 첨단업종이 주류인 SK그룹은 가장 빠른 속도로 바뀔 것 같다"며 "필사적인 경쟁 속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수장을 그렇게 내버려두는 것은 앞으로의 국가적 미래를 고려할 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한 번도 (대기업 총수 사면·석방 건의를) 해오지 않았는데 이 경우는 좀 생각을 달리해도 괜찮을 것 같다"며 "유독 기업인이라고 해서 끝까지 안 된다고 하는 건 좀 아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절반가량을 복역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수감 700일을 채웠다.

한편 이날 박 회장은 각종 사전·진입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현재 국회에서 법을 바꾸지 않아 큰 규제나 개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법 개정을 통해 큰 줄기가 되는 규제 몇 개를 풀면 나머지 규제들은 빠르게 풀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