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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안전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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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형재난 가능성 '여전', 대국민 안전교육 '절실'

[조석근기자] 지난 4월 16일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은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했다.

사고수습 과정에선 수많은 구조적 적폐들이 드러났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무수한 정치적 논의와 사회적 요구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과연 안전해졌는지에 대해선 현재 누구도 확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 불안은 '여전'

지난 1일 국내 원양어업 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꼽히는 '501 오룡호' 침몰 사고는 한국 사회가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변한 것이 없음을 드러냈다. 30년을 넘긴 노후 선박과 자격 미달의 선장 및 선원, 위험을 무시한 무리한 조업, 53명의 사망·실종자를 앞두고도 선사가 진실을 은폐하는 후진국형 사고의 전형적 모습들은 세월호 참사의 판박이였다.

이런 모습들은 육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1명의 환자가 사망한 장성 요양병원 화재, 391명의 승객이 다친 서울 지하철 2호선 추돌, 관람객 16명이 숨진 판교밸리 환풍구 붕괴, 10여명의 사상자를 기록한 담양 펜션 화재 등 연일 대형사고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연일 신문 지면을 오르내렸다.

내년에도 대형재난의 가능성은 상당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단적으로 국내 최고층 빌딩인 제2롯데월드가 부실시공으로 저층부 일부 시설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서울 곳곳의 크고 작은 수백 개 싱크홀이 시민들을 위협하는 가운데 고리 1호기 등 설계수명이 만료된 노후 원전도 대규모 재앙 가능성이 잠재된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범정부 차원의 재난 방재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국민안전처가 신설됐고, 재해예방 분야에만 작년보다 13.6% 증액된 7천122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또한 국회에선 100여건의 안전 관련 법안들이 심의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문제는 제도적 대책과 노력만으론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2004년 186명이 죽고 151명이 다친 대구 지하철 화재를 계기로 재난안전관리기본법이 제정되고 소방방재청이 신설됐지만,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재난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먹통이었다. 유관 기관의 늑장대처와 책임회피도 여전했다.

올해 4월부터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가운데 제안 사유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한 사례가 12월말 현재 169건이다. 선박안전과 수상레저, 아동복지, 학교안전, 소방시설, 도로교통, 수난구호 등 생활 곳곳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안전관리를 주문하지만 피부로 절감할 효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의도적 불감증'이 문제, 대국민 재난교육 강화해야

재난방재 전문가들은 후진국형 안전사고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으로 한국 사회의 '의도적 불감증'을 꼽는다. 사고예방을 위한 투자를 불필요한 비용으로 취급한 채, 재해에 대한 무지와 안전에 대한 과신을 당연히 여기는 풍조다. 성과주의를 앞세워 고속성장을 추진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히 정부나 기업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개별 시민들도 부지불식간에 안전을 정부가 무한책임을 지는 일종의 '서비스 공급자'로, 스스로를 시혜자로 구분하는 사고 방식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 국민들의 재해·재난 시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사고 현장에서 개별 시민들이 대응할 수단도, 사전 교육도 매우 빈약한 상황이다. 이를 테면 대형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하는 지하철은 역마다 200~300개가량의 방독면을 비치하고 있다. 그러나 일일 수만 명에 이르는 승객들 가운데 위기 시 방독면의 위치와 사용법을 제대로 아는 경우는 극히 드문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조원철 명예교수는 "지하철 화재 상황에서 평소 지하철 안내 방송이라도 챙겨보거나 비닐봉투라도 꺼내서 입을 틀어막는 사람들이 그나마 생존가능성이 높다"며 "사고 현장에서 각자가 자신의 안전을 지키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게 가장 중요한 재난안전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제도나 법률만으로 해결된다면 아마 전 세계가 재해·재난으로부터 아마 안전해질 것"이라며 "긴급재난 상황에서의 행동요령과 지근거리의 피난처를 알려주는 등 범정부 차원의 국민 교육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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