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국민카드, 할부수수료 갈등 봉합…불씨 남아

[정기수기자]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카드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 왔던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가 현행 가맹점 수수료율 1.85%에서 1.5%로 조정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다만 양사는 조정된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수료율과 연동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키로 했다.

17일 현대차와 국민카드는 가맹점 계약 협상 마감 시한인 이날 실무협상을 열고,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을 1.5%로 낮추고 가맹점 계약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가 주장한 1~1.1%와 국민카드가 제시한 1.75% 중간 수준이다. 양사는 오는 18일부터 조정된 수수료율을 적용해 1년간 가맹점 계약을 갱신한다. 복할할부가 아닌 일반 매출은 기존 수수료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국민카드 고객들이 현대차를 구매하는 데 불편을 겪는 일은 없게 됐다.

현대차는 "이번 합의가 당초 기대했던 카드복합할부 수수료율 조정 폭에 미치지는 못한다"면서도 "고객 불편 방지와 금융권이 그간 강조해 온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구성된 현 카드 수수료율 체계 유지'라는 입장을 반영해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와 국민카드는 지난달 31일 가맹점 계약이 만료됐으나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두 차례나 재계약 협상 시한을 연장한 바 있다.

현대차는 국민카드에 현재 1.85%인 수수료를 1.0~.1.1% 선으로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당초 현대차는 수수료율을 0.7%까지 내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국민카드가 난색을 표하자 최근 이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복합할부의 경우 자금공여 기간이 하루에 불과하고 대손 비용이 필요없기 때문에 일반 신용카드와 똑같은 수수료율은 과다하다고 현대차는 주장해왔다. 반면 국민카드 측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상한선인 1.75% 이하로 인하가 힘들다고 맞서왔다.

양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며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다 이날 극적으로 합의점을 도출한 데는 양측 모두에 고객 불편 및 피해를 야기한다는 비난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이원희 현대차 재무담당 사장이 비공개 회동을 갖고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하고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면서 협상에 급물살을 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방카슈랑스 25%룰 적용 검토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번 협상에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할부금융 비중을 25%이상 취급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점유율은 74.7%로 만약 25%룰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현대캐피탈은 상당한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다만 양측은 이날 1.5% 수수료에 대한 세부 명시사항을 놓고 어떤 형태로 정의할 것인지에 대해 막판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측은 1.5%를 체크카드 수수료율로, 국민카드 측은 이를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에서 예외 분야로 하고 카드사 최저 마진 수준으로 하겠다며 맞섰다.

실제 1.5%를 어떻게 명시하느냐에 따라 수수료 추이는 달라지게 된다. 체크카드 수수료율로 명시할 경우 체크카드 수수료가 인하될 때마다 복합할부 수수료 역시 인하해야 하지만 최저 마진으로 할 경우에는 이와 무관하게 1.5%로 유지된다.

이날 협상에서 결국 양측은 한 발씩 양보하며 타협점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양사의 최종 합의문에는 현대차의 주장대로 복합할부 수수료를 현행 체크카드 수준인 1.5%로 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이를 체크카드 수수료율에 연동한다는 문구를 명시하지 않아 향후 체크카드 수수료율에 변동이 생길 경우 재조정의 여지를 남겼다.

한편 향후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놓고 본격적으로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관측이다.

이번 현대차와 국민카드의 협상 타결로 자동차 복할할부 수수료가 기존보다 약 0.3%p가량 인하됨에 따라, 현대차는 130억원 정도의 수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현대차의 협상 추이를 지켜보던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앞다퉈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동차판매사의 자동차카드 복합할부 수수료 부담액은 1천872억원에 달한다.

또 향후 카드 복합할부를 취급하고 있는 다른 카드사들과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역시 현대차와의 가맹점 계약이 각각 내년 2월과 3월 각각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다른 카드사와의 가맹점 계약 연장시 수수료율을 국민카드와 비슷한 1.5%대에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