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이 이례적으로 연말 신차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통상 연말은 계절적 요인으로 야외활동이 줄어드는 데다, 연식 문제로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에 쉽사리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어 신차 비수기로 불린다. 수입차 업체들 역시 물량 조절 관계로 국내에 신차를 선보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올해 수입차들의 신차 공세와 공격적 마케팅에 밀려 국산차들의 내수시장 고전이 지속되자, 안방 점유율을 놓고 업체간 경쟁이 한층 가열되면서 때 아닌 연말 신차 출시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안방 사수' K9 5.0·쏘나타HEV 등 출격
8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모델은 기아자동차 'K9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다. 그동안 K9은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에쿠스와 제네시스의 중간급이라는 어중간한 포지셔닝으로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달 중순께 출시될 K9 부분변경 모델은 전면부 디자인을 변경하고 편의사양 등을 추가, 프리미엄 플래그십 대형 세단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외관 디자인은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기존 가로바 형태에서 크롬 재질이 추가된 그물 형태로 바꾸고 후면부는 리어 램프의 디자인이 더 크게 변경됐다. 여기에 대형 차급에 맞도록 신규 디자인된 19인치 크롬 스퍼터링 휠도 장착됐다.
특히 8기통 5.0 엔진을 탑재한 트림을 새로 추가한다. 5.0 모델에 탑재될 V8 타우 5.0 GDI는 배기량 5천38cc의 대형 엔진으로 현대자동차 '에쿠스'에 적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급 이미지를 원하는 고객들을 사로잡는다는 복안이다. 기아차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을 경쟁차종으로 꼽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업무용 차량을 기존 K9 3.8 모델에서 5.0 신형 모델로 갈아 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관계자는 "V8 엔진은 수입차 브랜드들도 자사의 간판 모델에 한해서만 장착하는 만큼, K9도 이번 V8 5.0 엔진 탑재를 통해 초대형 프리미엄 세단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K9의 3.3, 3.8 두 모델에 5.0 모델을 새롭게 추가함으로써 고급 프리미엄 세단을 원하는 국내 고객들의 수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이달 중 간판모델인 'LF쏘나타'의 하이브리드(HEV) 모델을 선보이고 '신차효과' 되살리기에 나선다.
내년 상반기에는 LF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쏘나타 PHEV는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처음 선보이는 PHEV모델이다. 이어 현대차는 내년께 LF쏘나타의 터보, 디젤 모델도 연이어 출시하고 다양한 엔진 라인업 구축을 통해 고객들의 선택 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간판차종인 쏘나타에 하이브리드와 터보, 디젤 모델 등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선봬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해치백 i30과 소형 스포츠카 벨로스터도 이달 중 부분변경 모델이 선보일 예정이다. 중형 해치백인 i40은 오는 12월 부분변경 모델 출시가 예정돼 있다.
현대차가 지난달 30일 출시한 준대형 세단 '아슬란'도 이달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 사측은 아슬란을 올 연말까지 6천대, 내년부터는 2만2천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출시 전 약 2천500대의 사전 계약을 받았다. 향후 시장 조사를 거쳐 수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디젤엔진 모델 추가나 수출도 검토할 계획이다.
◆ 진격의 수입차…다양한 신차로 공세 강화
수입차 업체들 역시 다양한 신차 출격을 예고하며 연말 내수시장 공략에 한층 박차를 가한다.
이달 18일 국내시장에 '신형 캠리'를 선보이는 토요타는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 20여일 만에 계약 물량이 400대를 넘어서자 한껏 고무돼 있는 모습이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사전계약이 지속적인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출시 당일까지 신형 캠리에 기대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2015년형 캠리는 외관과 실내를 완전히 탈바꿈하고 돌아왔다. 전장이 45mm 길어졌고(4천850mm) 앞뒤 차륜거리는 각각 10mm 넓어졌다. 여기에 2천여개가 넘는 부품을 새로 교체하는 등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임에도 풀체인지(완전변경) 수준으로 내외관이 변경됐다.
이번에 국내 출시되는 판매차종은 미국 판매 최상위 트림인 2.5 가솔린 XLE와 2.5 하이브리드 XLE, V6 3.5 가솔린 XLE 총 3가지로 결정됐다.
한국닛산은 오는 11일 첫 번째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캐시카이'를 선보인다. 캐시카이는 디젤 모델의 격전지로 평가 받는 유럽시장에서 SUV 세그먼트 판매량 1위를 달성한 모델이다.
출시 전 신차 붐 조성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9월 중순 사전계약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예약 물량이 600여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사전계약 물량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영업점에서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닛산은 다양한 고객층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캐시카이를 총 3가지 트림으로 구분해 국내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BMW코리아도 이달 중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C) 제2세대 '뉴 X6'를 국내에 출시, X패밀리 풀 라인업을 구축하고 시장 확대에 본격 나선다.
앞서 BMW의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MINI는 지난 4일 미니 5도어를 국내에 출시했다. 55년 브랜드 역사상 소형 해치백 세그먼트 최초의 5도어 모델이다.
지난달 막을 내린 파리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바 있는 뉴 MINI 5도어는 휠베이스가 3세대 뉴 MINI 해치백 모델 대비 72mm 더 늘어났다. 차체 길이도 161mm 더 길어졌으며, 높이는 11mm 높아져 실내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9일 출시된 푸조 2008도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판매 경쟁에 뛰어든다.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다. 푸조 2008은 수입차로는 이례적으로 사전계약 1천여대를 돌파했다. 높은 연비와 가격경쟁력이 맞물려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차의 국내 복합연비는 17.4㎞/ℓ다. 유럽 기준 연비는 무려 26.3㎞/ℓ에 달한다. 내년 연간 판매 목표는 6천~7천대로 잡았다.
푸조의 공식수입사 한불모터스는 연내 시트로엥의 준중형 해치백 C4 피카소를 내놓고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비수기를 앞두고도 국내외 완성차업체가 주요 신차를 연이어 선보이며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안방 사수에 나서는 국산차와 공세에 박차를 가하는 수입차 간 대결구도가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