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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 우승, '빅데이터 파워'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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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 시스템 활용…볼 소유 시간-유기적 전술 효과 극대화

[김익현기자] 연장 후반 7분. 아르헨티나 진영 왼쪽으로 파고들던 쉬를레가 크로스를 올렸다. 골문 중앙에 자리잡고 있던 마리오 괴체가 이 골을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왼발 발리슛을 날렸다. ‘독일의 미래’ 마리오 괴체의 이 한 골로 독일은 1990년 이후 24년 만에 월드컵을 품에 안았다.

빅데이터로 무장한 ‘전차군단’ 독일이 14일 브라질 이스타지우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2014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결승전에서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를 1대 0으로 꺾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로써 독일은 월드컵 4회 우승의 금자탑을 완성했다. 또 남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최초로 우승한 유럽팀이란 새로운 역사도 만들어냈다.

네이마르나 메시 같은 초특급 스타가 없는 독일을 ‘원팀’으로 만들어준 건 물론 요아킴 뢰브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 덕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국의 대표적인 IT 기업 SAP의 도움을 받은 빅데이터 전략 역시 독일 우승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일부 외신들은 ‘빅데이터’를 독일의 12번째 선수로 꼽기도 했다.

◆SAP 매치 인사이트로 방대한 데이터 축적

독일은 대회 개막 전부터 빅 데이터를 활용한 대표적인 팀으로 꼽혔다. 독일축구연맹(DFB)은 월드컵을 앞두고 일찌감치 자국 IT기업인 SAP에 도움을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SAP는 ‘매치 인사이트’란 소프트웨어를 독일 대표팀을 위해 특별 제작했다. 매치 인사이트는 SAP HANA 플랫폼에서 구동된다.

독일 선수들은 훈련이나 경기를 할 때 무릎과 어깨 등에 센서를 부착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뒤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경기에 활용한다.

이를테면 어떤 선수가 미드필드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지, 또 전후나 좌우 움직임에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는 누구인지를 세밀하게 분석하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방 공격수들이 어떤 지점에서 오른발 슛에 강점이 있는지, 혹은 왼발 슛에 강점이 있는지 등도 파악하게 된다.

경기 중에도 빅데이터가 적극 활용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열린 독일과 이탈리아 간의 평가전 당시 SAP의 매치 인사이트를 직접 활용했다.

당시 경기장에 설치된 네 대의 카메라를 통해 매 10초마다 동영상 이미지를 수집했다. 코치들은 SAP HANA의 도움을 받아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곧바로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줬다.

훈련과 연습 경기 때 축적된 데이터와 경기장에서 실시간 수집한 데이터는 선수를 교체할 때도 좋은 자료가 된다. 상대팀 선수 특성에 따라 가장 적합한 선수들 위주로 출전 선수 명단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의의 부상 때문에 전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선수를 교체해야 할 경우엔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주전 선수와 움직임이 가장 비슷한 선수로 바꿔주게 된다.

◆볼 소유 시간 줄이면서 스피드 극대화

빅데이터는 단순히 경기력 향상을 위한 데이터로만 쓰인 건 아니다. 이번 대회 독일은 공 소유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통해 경기 속도를 향상시켰다.

SAP의 축구 스폰서 책임자인 니콜라스 윙킨드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독일팀은 ‘스피드’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평균 공 소유 시간을 3.4초에서 1.1초로 대폭 줄였다. 덕분에 속도도 향상시키고 수비 범위도 좀 더 넓게 잡을 수 있었다. 물론 SAP 시스템인 매치 인사이트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런 전술이 잘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주 열린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7대1로 독일이 승리했던 그 경기에서 브라질은 골 점유율 52%를 기록하고도 별 다른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반면 독일은 빠른 침투 패스를 토대로 상대 수비 진영에서 공간을 확보한 뒤 이를 유기적으로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매치 인사이트는 코치진이 개별 선수의 능력을 측정하는 데도 활용됐다. 이 부분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잘 설명해줬다. 그 부분을 그대로 옮겨보자.

시스템 분석을 토대로 독일팀 스트라이커인 토머스 뮐러의 스피드와 위치, 혹은 볼 소유 시간을 조정하길 원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경우 분석 데이터를 곧바로 뮐러의 스마트폰으로 보내주게 된다. 전후반 휴식 시간에 이 데이터를 확인한 뮐러는 그에 맞춰 경기하게 된다.

SAP 매치 인사이트 시스템은 또 수비 진영을 갖추는 데도 활용된다. 가상 ‘수비망’을 보여줘 선수들이 어느 지역까지 커버해야 하는 지를 시각화해주는 것. 당연한 얘기지만 시각화된 자료는 상대 진영의 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데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녹슨 전차군단, 빅데이터 기름 치고 신형 전차 탈바꿈

이번 대회에서 독일팀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일부 외신 보도대로 4개 대륙 팀을 모두 완파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우승팀 중 손꼽히는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물론 독일의 월드컵 우승이 빅데이터 덕분만은 아닐 것이다. 뢰브 감독 아래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여기에다 독일축구연맹이 10년 이상 추진해온 축구 재건 계획 역시 우승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들어 또 다시 유럽 명문 클럽 대열에 올라선 바이에른 뮌헨이나 도르트문트 팀 소속 선수들이 주축이 된 점 역시 2014 독일 월드컵 팀의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고 꿰어야 보배다. 뛰어난 전술과 팀워크를 한층 빛나게 해 준 빅데이터 기술 분석의 힘 역시 독일 우승에 적잖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외신들의 분석대로 ‘빅데이터는 독일팀의 12번째 선수’란 찬사가 허언만은 아니란 얘기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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