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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힐 권리?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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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법재판소, 구글 검색 링크 삭제 판결 후폭풍

[정미하기자] 유럽사법재판소가 시효가 지났거나 부적절한 정보로 연결되는 구글의 검색 링크를 사용자가 삭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인터넷 업계에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 제도가 있어 사실상 '잊힐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포털사업자에게 개인정보 관련 삭제의무가 추가되는 것은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걱정스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털 관계자는 11일 "임시조치와 같이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에 대한 구제절차가 있는 우리나라에 유럽 판결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라며 "다만 검색결과로 나온 신문기사의 링크를 삭제하도록 한 선례가 나온 만큼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잊힐 권리'는 인터넷에서 자신이 원치않는 개인정보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업계에선 현재 네이버, 다음, 네이트와 같이 검색 엔진을 운영하는 국내 포털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임시조치' 제도가 잊힐 권리를 이미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 포털 사업자들은 특정 인터넷 게시물에 언급된 사람이 해당 게시물에 의해 자신의 명예 등이 훼손됐다며 삭제를 요청할 경우 해당 게시물을 일정 기간 동안 보이지 않게하는 '블라인드' 처리를 한다. 이후 해당 게시물 작성자와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 사이에 합의나 소송이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포털 사업자들은 명예훼손인지 사생활 침해인지 따지지 않고 임시조치 요청이 들어오면 블라인드 처리를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2012년에 23만건이던 임시조치가 2013년 8월까지 22만건인 상황으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임시조치가 있는 우리나라는 이미 잊힐 권리가 잘 보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포털 관계자 역시 "구글은 우리나라 검색 업체와 달리 권리침해 신고나 임시조치를 하지않고 있다"며 "검색 엔진 운영 사업자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판결"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유럽사법재판소는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곤잘레스가 구글 본사와 구글 스페인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곤잘레스의 손을 들어줬다. 곤잘레스는 구글 검색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자신의 빚과 그로 인한 부동산 강제경매에 대한 1998년도 기사가 나타나는 것을 이유로 2010년 소송을 제기했다.

빚을 다 갚은 시점에서도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내용을 담은 정보가 노출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럽사법재판소는 기사 삭제 요구는 기각했지만, 구글스페인의 검색결과에서는 곤잘레스의 부동산 강제경매에 대한 기사 링크를 삭제하도록 판결했다.

검색 엔진을 운영하는 구글을 개인정보 처리 대상자로 간주하고, 개인정보 대상자가 자신과 관련된 사실을 제3자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 검색 결과에서 해당 정보를 삭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오픈넷이 주최한 '인터넷 자유와 개인정보보호'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국의 개인정보보보호법에 이번 판결이 적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신문에 합법적으로 게재된 정보라는 점에서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정보의 삭제와는 다른 논의"라며 "합법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유통금지시킬 수 있게 돼 표현의 자유가 제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박경신 교수는 "이번 판결이 원본 정보의 삭제를 아니고 검색 결과를 배제하는 것이지만, 검색 결과 배제는 원정보의 삭제에 못지않는 검열 효과를 낳는다"며 "포털이 정보에 대한 링크를 삭제하는 조치를 하면 표현의 자유를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포털 사업자가 합법적인 정보도 규제할 수 있는 근거조항인 개인정보보호법의 대상이 된 것에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윤종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구글과 같은 검색사업자가 합법적인 정보를 규제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개인정보 처리자임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며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이 유럽보다 더 강력하게 개인정보 삭제권을 부여하고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36조의 '개인정보 삭제권'에 대한 규정에 따르면 개인정보 삭제에 대한 특별한 전제 조건이 없다. 자본가나 권력자들의 힘에 의해 검색 결과에 대한 삭제 요구가 있을 경우 삭제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세대 강정수 교수는 "이미 유니버셜, 워너비와 같은 대형 음반사들이 P2P 사이트의 링크를 지워달라고 구글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권력을 소유한 국가권력, 기업권력, 정치인들이 불편한 진실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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