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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안방시장, '역차별'에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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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규제 역차별 심각-상]구글·유튜브 규제 회피 '활개', 토종기업 '위축'

우리 인터넷 기업들이 외국기업에 적용되지 않는 규제를 받아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는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강국의 위상이 과도한 규제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인터넷 사업환경은 어떠한 상황일까. 국내외 인터넷 기업간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불공정 규제 현황을 살펴보고 급변하는 인터넷 시대에 공정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본다.[편집자 주]

[정은미기자] 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도한 규제의 족쇄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구글이 검색 광고에 음영 표시를 없애고 광고 라벨을 도입한 사례는 이같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10월 '인터넷 검색서비스 발전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했다. 권고안은 검색과 광고를 구분할 수 있도록 구글처럼 '음영 표시'를 도입하도록 국내 기업에 권고했다. 당시에는 우리 기업들과 달리 구글이 검색과 광고를 구분하고 있었기 때문.

정부의 권고안에 따라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업체는 광고에 음영 표시를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이 정부의 권고를 따르는 사이, 구글은 검색과 광고를 구별하던 음영 표시를 삭제하고 대신 노란색 광고 라벨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구글은 검색 결과와 광고를 구분하기 위한 방법을 테스트 중이라며 검색 광고를 구분하는 다양한 시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권고안'은 국내 기업들에는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뒷감당'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사실상 룰(rule)이다. 하지만 구글에 권고안은 말그대로 권고안일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업체들은 단순한 권고안에서부터 실제로 위치정보 수집문제, 청소년보호법 관련 등 중요한 인터넷 규제체계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한다.

◆당국, 개인정보 불법수집 제재도 못해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 인터넷 기업들에 공통적으로 부과되고 있는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관리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개인정보에 대한 이용자의 권리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개인정보 이용내역 통지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를 100만명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매출 100억원 이상인 기업은 1년에 한 번씩 가입자에게 개인정보 이용내역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구글은 이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가입자들에게 개인정보 이용내역을 안내하지 않는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방통통신위원회는 구글에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없다.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해도 구글이 이를 따를지는 알 수 없다. 구글은 지난 1월 방통위로 부터 개인정보 불법 수집에 대한 시정 명령을 받았지만, 이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5개월이 지난 지금도 '묵묵부답'이다.

방통위는 지난 1월 스트리트뷰를 촬영을 하며 주민등록정보, 신용카드정보와 같은 개인정보 60만건을 불법 수집한 구글에 대해 과징금 2억1천230만원을 부과하고 무단 수집한 모든 개인 정보를 삭제하라는 시정 조치 명령을 내렸다.

지난 5월 방통위는 구글 본사를 방문해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삭제했는지를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구글에 끌려다니면서 형식적인 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포털사들은 개인정보를 암호화해서 서버에 보관하기 때문에 구글 서버에 정통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구글이 제대로 삭제했는지를 증명하기 어렵다"면서 "구글이 방통위 관계자들에게 얼마나 자기들의 서버를 공개할지는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구글 본사 방문 일정과 조사계획은 (구글 측과) 계속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우물안 규제', 안방시장도 무방비

정책당국의 '규제 만능주의'로 인해 사실상 국내 동영상 시장은 안방을 다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 2008년 말 국내 동영상(UCC) 시장은 판도라TV가 점유율 42%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다음의 TV팟이 34%의 점유율로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유튜브의 점유율은 2%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명제가 시작된 후 상황은 급변했다. 유튜브는 실명제 시행을 기점으로 단숨에 시장점유율이 15%로 치솟았다. 2013년 8월 말 기준으로는 시장점유율이 74%를 기록하며 넘볼 수 없는 1위 사업자로 자리를 굳혔다. 반면 판도라TV는 4%, 다음 TV팟은 8% 수준으로 급락했다.

2009년 7월 말 시행된 저작권법 삼진아웃제는 국내 동영상 사이트 이용자의 이탈을 더욱 부추기는 악영향도 줬다. 저작권 삼진아웃제는 노래, 사진, 동영상 등 불법복제물을 전송하는 사람이나 이를 방조하는 게시판(동영상 사이트 등)에 세 번까지 경고를 내린 뒤에도 불법이 계속되면 최장 6개월까지 계정정지, 게시판 중지 등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저작권을 보호하는 긍정적 역할을 기대한 것과 달리 창의적인 저작권을 위축시키고, 상대적으로 한국 정부의 규제 권한 밖에 있는 유튜브에 관심이 쏠리게 된 셈이다.

지난 2012년 8월 인터넷실명제는 위헌 결정을 받지만, 국내 동영상 사이트와 유튜브와 격차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어진 뒤였다.

유튜브는 세계 최대의 콘텐츠를 무기로 국내 시장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튜브가 안방시장을 사실상 독차지 하는 것의 주요한 원인의 하나로 '실명제'를 꼽고 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최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구글은 2012년 8월 위헌결정이 내려진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 개인정보보호법, 청소년 보호법 뿐 아니라 저작권법 집행에서도 이익을 봤다"면서 "음악저작권협회는 유튜브와는 '과거를 문제 삼지 않겠으니 앞으로 잘해보자'고 했지만, 다음·네이버와는 과거까지 비용으로 보상하라고 했다"라고 비판했다.

음저협 등이 유튜브의 저작권 침해에 관대했던 것은 구글에는 국내 사법권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국내기업에만 적용할 수밖에 없는 규제라면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 받지 않도록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현경 교수는 "인터넷 관련 법규는 외국 사업자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청소년 보호, 범죄예방 같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치에 대해선 국내법을 적용하는 원칙을 적극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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