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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업계 "저탄소차협력금 3중규제, 전면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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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서 "국산차 역차별…부품업계 경영위기 초래"주장

[정기수기자] 자동차업계가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없고 국산 자동차를 역차별하는 3중 규제"라며 전면 철회돼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부담금을 부과하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내년 1월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을 반년여 앞두고도 구체적인 보조금·부담금 구간이 정해지지 않았고, 정부 부처마다 제도 도입에 대한 의견 차이도 큰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가 개최한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도입방안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 같은 업계의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정부가 2015년 기준 평균 연비 17km/L, 이산화탄소 배출량 140g/km이라는 제작기준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소유, 운행 단계에서 배기량이 큰 대형차는 소형차보다 과세부담이 크고 연료소비가 많아 소형차보다 많은 유류세를 부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저탄소차협력금 규제는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 개별차량별로 부담금을 정해 구매자에게 부과하는 새로운 형태의 규제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협회 관계자는 "저탄소차협력금 제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는 소비자들로부터 부담금을 거둬 배출량이 적은 차 구매자에 지급하는 3중 규제"라며 "개별차량 구매에 대한 수요 관련 규제로서 자동차산업에 비정상적인 영향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또 이 제도를 먼저 시행 중인 프랑스의 경우에도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09년~2012년 프랑스의 승용차 평균 온실가스 저감율은 -7%로 EU(유럽연합) 27개국 평균 -10%보다 오히려 낮았다.

프랑스 통계기관인 크레스트(CREST)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세컨드카 수요, 제도시행 전 부담금 부과대상 차량 급증 등으로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게다가 가솔린차에 비해 연비가 좋은 디젤차가 주로 보조금 수혜대상이라는 것도 문제점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디젤차는 이산화탄소 감축 수단으로는 유효하지만 유해물질(PM), 질소산화물(NOx) 등의 오염물질을 많이 발생시켜 새로운 환경문제를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업계는 디젤차 증가를 초래하는 저탄소협력금제도가 그동안 환경부나 환경단체 등이 대기오염 심화 등의 이유로 디젤택시 허용을 적극 반대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업계는 특히 저탄소차협력금 제도가 국산차를 역차별하는 규제라고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는 자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소형차,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확대와 독일 등 외국 수입차 판매 억제를 위해 이 제도를 만들었다"며 "우리나라 저탄소차협력금은 오히려 유럽, 일본 수입차에 비해 국산차를 불리하게 만드는 규제"라고 말했다.

실례로 국산 3000cc급 대형차의 수입산 경쟁차종은 2000cc급 차량이다. 저탄소협력금 규제가 시행될 경우 국산 가솔린 대형차 수요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유럽의 중형디젤 승용차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또 국내 부품산업은 가솔린차 중심의 부품산업구조로 디젤차가 증가할 경우 핵심부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가솔린 부품 수요는 감소해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소형차 중심의 프랑스만 시행할 뿐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미국, 일본, 독일 등이 자국 에 도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 제도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유사한 제도를 운영했던 캐나다 등의 사례를 근거로 규제의 실익이 없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통상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자국에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 역시 소비자 선택권 제한 등을 내세워 이 규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고 독일 역시 규제방식의 문제점, 프랑스 사례 등을 들어 시행하지 않고 있다.

업계는 이에 따라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발전방향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지원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업계는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방향에 도움이 되도록 연간 자동차 관련 세수 38조원의 5%를 연구개발 지원, 친환경차 수요창출, 충전소 등 인프라구축에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다.

또 현행 디젤차 중심의 편향된 정책을 재검토하고, 조세제도도 단계적으로 시장중립적이고 친환경적으로 개편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 부처 기싸움 '팽팽'…제도 시행 '난항' 예고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 부처도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며 제도 시행에 난항을 예고했다. 현재 제도 시행부처인 환경부는 자동차 부분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시행안을 짜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업계의 손을 들어주며 사실상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기재부, 산업부, 환경부 등 3개 관련 부처의 산하 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 산업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공동으로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조세재정연구원과 산업연구원이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 첫해인 내년에는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4만9천톤으로 분석됐다.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누적 감축 효과는 54만8천톤으로 나타났다. 이 시나리오는 부담금 상한선을 400만원으로 설정한 결과다.

당초 환경부가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제시했던 이산화탄소 150만톤 감축에는 턱없이 모자르는 수준이다. 부담금 상한선을 1천500만원까지 높이더라도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100만톤 정도에 그쳐 사실상 환경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불가능하다.

정부 재정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도 시행 첫해인 내년에는 부담금 덕분에 1천550억원의 재정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2016년부터는 보조금 지급이 늘어나면서 재정 적자로 돌아서고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 규모가 커질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에 저탄소차협력금제도로 인한 재정 적자 규모가 3천1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지 않은 반면 국내 자동차업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제도 시행 첫 해인 내년에 국산차 5천대, 수입차 1천500대의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부의 주장대로 시행 2년차부터 부과 대상을 넓히고 부담금을 올리는 식으로 제도를 설계하더라도 자동차 내수판매량은 2018년에 3만3천914대, 2020년에 3만1천250대 감소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힘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형차 위주인 쌍용차는 2018년에 7.9%, 현대차는 7.1%, 한국GM은 3.0% 각각 감소하는 반면 도요타는 3.6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쌍용차의 경우 자동차 판매 감소로 경영정상화와 감원 근로자의 추가 복직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GM은 저수익 경차 중심의 판매구조 변화로 국내 공장의 역할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환경부는 2020년까지 160만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고 중장기적으로 자동차업계의 생산액과 고용도 증가하는 만큼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실가스가 160만톤 감축되는 것에 더해 2020년 까지 누적으로 지구온난화 저감에 따른 사회적 편익이 4천816억원, 경유차기준으로 환산한 석유소비절감액이 2조7천여억원, 친환경경 보급에 국한한 대기질개선 편익이 422억원 발생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또 생산액 및 고용이 2015년은 감소하나 2016년 이후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와 산업부, 환경부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논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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