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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링테스트' 만든 앨런 튜링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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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독일군 암호 해독…동성애 때문에 비참한 말로

[김익현기자] 1954년 6월8일. 잉글랜드 체셔 주 윔슬로우의 한 조용한 저택에서 시체가 발견됐다. 그 무렵 동성애자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학적 거세'란 치욕적인 형벌을 받은 앨런 튜링이었다. 

하루 전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 튜링의 곁에는 한 입 베어문 사과가 놓여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앨런 튜링을 굉장히 존경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 그래서 애플이 한 입 베어문 사과를 로고로 선택한 것은 튜링에 대한 잡스의 존경심 때문이란 설도 분분한 편이다. 물론 생전의 잡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부인했다.

앨런 튜링. 현대 컴퓨터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뛰어난 학자였던 튜링은 2차 대전 당시엔 독일군 암호를 해독하면서 영국군의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36년 "컴퓨터의 핵심은 기계가 아니라 코드"라고 주장

1912년 6월 23일 런던 인근에서 태어난 튜링은 컴퓨터 과학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954년 6월7일 동성애자란 ‘주홍 글씨’를 안고 스스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수 많은 업적을 남겼다. 확률, 통계부터 암호학까지 건드리지 않은 분야가 없었을 정도였다.

튜링은 1936년 'On Computation Numbers ~ '란 논문을 한 편 쓴다. 여기서 그는 후대 컴퓨터 과학의 토대가 된 중요한 주장을 하나 펼친다. 

기계가 아니라 코드가 컴퓨터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 빌 게이츠가 도스 기반으로 돌아가는 IBM PC를 선보이기 무려 45년 전의 일이다. 이쯤 되면 애플의 로고가 튜링을 염두에 둔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리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튜링은 이 외에도 현대 과학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20세기 초반에 21세기적인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튜링은 인공지능 연구의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그가 제시한 ‘튜링 테스트’란 개념이다.

1950년 철학 저널 '마인드'(Mind)에 발표한 '컴퓨팅 기기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란 논문에서 튜링은 인공 지능 컴퓨터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런 개념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튜링 테스트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튜링 테스트는 컴퓨터가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고 있는 지 판단하는 방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컴퓨터 전문가들이 조사 대상 컴퓨터와 문자로 5분 동안 대화를 한다. 물론 어떤 주제로 대화할 지는 사전에 알려주지 않는다.

이렇게 테스트를 한 뒤 심사 위원 30% 이상이 대화 상대가 컴퓨터인지 인간인지 구분하지 못하면 합격한 것으로 간주한다.

◆'매킨토시종' 사과 물고 자살했다는 설도 있어

‘인공 지능의 아버지’ 튜링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드가 ‘독일군 암호해독’과 ‘동성애’다.

튜링은 2차 대전 당시 ‘애니그마’로 불렸던 독일군 암호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튜링은 고작 열 명의 연구팀을 이끌고 베를린이나 독일 잠수정 등에서 보내온 메시지를 코드로 해독해냈다. 이런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튜링은 현대 암호학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차 대전 승리의 숨은 공신이었던 튜링은 전쟁 이후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독특한 성적 취향 때문이었다. 인류 역사 속의 많은 천재들이 그랬듯, 튜링 역시 동성애자였다. 19세 남성과 동성애를 나눈 사실이 발각된 것.

지금도 동성애자의 삶이 그다지 순탄하지 못하지만, 당시는 '동성애=정신 이상자' 수준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천재였던 튜링은 결국 화학적 거세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1954년 6월7일. 힘들게 살던 튜링은 결국 짧지만 강렬했던 삶을 스스로 마감했다. 하루 뒤 발견된 그의 시신 옆에는 한 입 베어문 사과가 놓여 있었다. 일부 호사가들은 튜링이 남기고 간 사과가 매킨토시 종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계 역사상 손꼽히는 천재였던 튜링이지만 최근까지 그의 이름엔 동성애 범죄자란 '주홍글씨'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2009년 동성애 유죄 판결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화해의 토대가 마련됐다.

그 후 상원이 앨런 튜링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기 위해 입법 작업에 착수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 해 말 사후특별사면 조치가 내려졌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지난 해 12월 24일 사후 59년 만에 튜링을 사면하면서 '너무 많이 알았던 천재'와 공식 화해 절차를 마무리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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