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vs 은행 대결 아니라는데'…국민銀 갈등 봉합 실패

[이경은기자] 국민은행이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내부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긴급 이사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 하고 오는 27일 재논의하기로 했다. 결국 집안 싸움에서 시작된 갈등 봉합엔 실패한 셈이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23일 이사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이사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다음 주 화요일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는 그동안 갈등의 불씨가 됐던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된 의혹들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의 근거가 되는 보고서의 오류를 지적한 감사보고서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장시간 논의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 했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달 말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체제로 교체하는 것을 의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병기 상임감사는 교체 근거가 된 보고서에 하자가 있다는 감사보고서를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건호 은행장이 정 감사 측 의견에 동조하며 이사회 결정을 지지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갈등 양상을 빚었다.

그러나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의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것은 억측"이라며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는 2년 전부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돼 왔던 일이고, 이에 대해 이사회가 의결한 것을 임 회장은 존중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전날 임 회장은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된 문제를 이 행장에게 모두 위임할테니 이사회와 슬기롭게 해결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