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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투자, 은행계 증권사의 생존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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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4년기획]증시불황, 필살기승부⑥장기투자+은행협업+맞춤경영

[이혜경기자] 같은 금융권이지만 은행과 증권사의 DNA는 꽤 다르다. 은행이 안정을 추구하는 공무원이라면 증권사는 모험을 감수하는 사업가와 닮았다. 은행은 예대마진을 기본으로 원금+알파의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반면 증권사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모험 투자로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노린다.

그러다 보니 은행 중심 금융그룹이 대다수인 우리나라에서는 은행계 증권사들은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쉽지 않다. 금융지주에서 은행 출신 CEO들을 내려보낼 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은행 스타일로 통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은행 중심 금융지주 산하의 증권사는 성공하기 어려울까? 꼭 그렇지는 않다. 신한금융투자가 은행계 증권사가 참고할 만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4~12월 9개월치 실적으로 집계된 지난 2013년 회계연도 증권업계 순이익 순위에서 7위(순이익 278억원)를 기록한 신한금융투자는 12개월치('2013년 상반기 순이익'×2)를 기준으로 할 경우 증권업계 3위권에 해당한다. 지난 2002년에 신한금융그룹 계열사가 되기 직전 업계 9위였음을 생각하면 10여 년 만에 괄목상대한 성장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최근 성과는 ▲M&A 후 신한금융지주의 장기투자 ▲계열 은행과의 연계영업 시너지 ▲증권업 이해도 높은 CEO 선임 등의 결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

◆M&A 후 신한금융그룹의 장기 투자

장효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2000년 이후 이뤄진 증권사 M&A 사례에서 신한금융투자만 성공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이뤄졌던 증권사 M&A 사례로는 신한금융투자 외에도, 우리투자증권, KB투자증권, NH농협증권,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있다.

장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하면 합병 또는 인수 이후 오히려 임직원 수 및 판관비율이 증가했다"며 "이는 합병 또는 인수 이후 구조조정에 실패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증권사 M&A 성공을 위해서는 금융업에 정통한 대주주의 일관된 지원 및 인내가 필수적이다. 신한지주는 쌍용투자증권(굿모닝증권) 인수를 통해 굿모닝신한증권을 출범시킨 이후 몇 년간 증자, PF(프로젝트파이낸싱) 투자 등의 부담을 감내했고, 최근에는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WM(자산관리) 부문을 은행과 협업하며 고객 재유치 및 핵심사업모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금융상품 투자 수요를 보유한 은행 고객을 원스톱으로 신한금융투자로 연결하는 등 효율적 전략수립이 가능해졌다."

*참조=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02년에 신한은행을 주력계열사로 둔 신한금융그룹에 인수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973년 효성증권으로 시작해 1983년 쌍용투자증권에서 1999년 굿모닝증권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가 2002년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될 당시 신한증권과 합병해 굿모닝신한증권으로 출범했다. 현재의 신한금융투자라는 명칭은 2009년부터 쓰고 있다.

◆은행, 이젠 증권 발목 잡기 아닌 협업

신한금융그룹에는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이라는 조직이 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독자 운영하던 WM(자산관리) 사업을 업계 최초로 통합한 은행/증권 통합 PB(프라이빗뱅킹)센터다. 지난 2011년말부터 선보인 것으로, 한 점포에서 은행, 증권, 세무, 보험, 부동산까지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이다.

PWM의 경우, 2013년 말까지 총 19개 지점으로 확대되면서 예탁자산이 2011년 1조3천억원, 2012년 5조6천억원, 2013년 9조4천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IB(투자은행) 부문도 은행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IB부문은 IB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작년에 ABS(자산유동화증권) 대표주관 2위, 회사채 인수 5위, 유상증자 3위 등 주요 IB사업부문에서의 리그테이블 상위에 올랐다.

IB부문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업계 상위권 안에 진입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의 RM(기업금융전담역)을 한팀으로 묶은 듀오RM 제도는 딜소싱부터 프로젝트 진행까지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내며, ABS구조화, DCM(채권자본시장) 회사채 등의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증권을 아는 CEO의 활약

신한금융투자는 사실 한동안 은행계 증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사진)

당시 그는 "은행 쪽 고객이 신한금융투자 쪽으로 연계돼 넘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는 금융지주 계열이라는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강 사장의 취임은 신한금융투자의 최근 성과와 관련해 중요한 포인트다. 그동안 신한금융지주에서 내려보낸 은행 출신 CEO들과는 배경이 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2004년에 신한금융투자의 전신인 굿모닝신한증권에서 리테일본부 부사장까지 지낸 후, KT뮤직 대표, 신성투자자문 대표를 거친 '증권맨'이었다.

굿모닝신한증권 시절부터 증권사 영업에 한 획을 그었던 그는 신한금융투자 대표로 부임한 후 "2015년까지 전 사업 분야를 업계 5위에 올려놓자"며 리테일(소매영업)에 편중됐던 수익구조가 본사 영업과 5대 5 균형으로 갈 수 있도록 수익원 다변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 같은 비전에 따라 신한금융투자는 2012년 한 해 동안 상품공급과 자산운용을 담당하는 S&T그룹의 조직 정비, 기관 및 법인영업을 담당하는 홀세일그룹의 내부경쟁체제 도입, 신한은행과의 협업 모델인 PWM지점 확대 등에 나섰다.

이 같은 노력은 서서히 성과로 이어졌다.

강 사장 취임 2년이 지난 작년말, 신한금융투자는 대부분의 사업부문에서 '업계 Top5' 진입이라는 외형 목표를 달성했다. M&A 직전인 2001년과 강 사장 취임직전 해인 2011년에 모두 9위권이었던 순이익 순위는 업계 3위권 수준까지 올라섰다.

증권업에 대한 이해가 높았던 강 사장의 각종 개혁 조치들이 이처럼 성과로 이어지면서, 강 사장은 올해 역대 신한금융투자 CEO 중 최초로 연임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월 이번 연임 배경에 대해 "강대석 사장이 취임 이후 어려운 금융환경에도 불구하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사업모델 전환을 통해 양호한 경영성과를 이뤄낸 점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최근 선전에 강 사장의 역량도 큰 역할을 했지만, 신한금융지주가 제때 인사조치를 잘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은행 출신을 내려 보내던 관행을 버리고 증권업 이해가 높은 CEO를 선택했다는 점을 높이 살 만하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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