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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실형, 최악 사태에 SK그룹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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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 장기화 불가피…신규투자·성장동력 발굴 경영차질 우려

[정기수기자] 최태원 회장 형제에 대한 징역형이 확정됨에 따라 오너가 모두 자리를 비우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 재계 3위 SK그룹이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특히 그동안 최 회장 형제가 진두지휘해왔던 각종 투자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 경영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오너리스크의 장기화에 따른 경영차질이 결국 그룹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동생 최재원(51) 부회장도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최 회장 형제는 그동안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심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리미진 이유가 충분해 파기환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법 적용의 잘못 여부만을 심리하는 '법률심'이다. 재판부는 앞서 항소심에서 내려진 판결의 법리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해 선고를 유지한 셈이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특별사면이 없는 한 장기간 복역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날 징역 4년이 확정된 최태원 회장은 오는 2017년 9월까지 복역해야 한다. 최재원 부회장은 1심 구속기간 6개월을 뺀 2016년 9월까지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 결정이 내려지는 등 그룹 총수에 대한 다소 완화된 사법부의 분위기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SK그룹은 대법원 결과가 나오자 망연자실한 기색이 역력하다.

SK그룹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비통한 심정"이라면서 "판결문을 검토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의 경영공백 장기화로 신규 투자 및 글로벌 사업 추진 등에서 경영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이날 상고심 결과를 놓고 기회로 재계가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다소 지나친 형량이라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이유로 재벌들이 법 준수에 다소 소홀했던 면이 있었다"며 "경제민주화 흐름을 직시하고 변해야만 할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총수 형제가 모두 실형을 받은 것을 놓고 가혹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4년이면 사실상 경영활동을 접으라는 형량에 가깝다"며 "장기적인 경영 공백은 물론, 그룹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 그룹 창립 이후 최대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민주화'에서 '경제활성화'로 변화되고 있는 데 역행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 시기에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대기업 총수들의 잇따른 법정구속으로 자칫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미 재판을 끝낸 재계 총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1천500억원대 배임 혐의를 받았던 김승연 한화 회장과 2천억원대 사기성 어음을 발행한 혐의를 받았던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모두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오너리스크 장기화 현실로…경영차질 불가피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31일 구속돼 오는 31일이면 수감된 지 만 1년이 넘었다. 이는 대기업 총수 중 최장 기간 수감이다.

현재 SK그룹의 경영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장을 비롯해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대표와 하성민 SK텔레콤 대표 등 그룹 내 최고경영자(CEO) 6인으로 구성된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이끌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됨에 따라 지난해 그룹의 양대 주력 사업인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모두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화학 사업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데다 SK텔레콤은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해 이전만큼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SK네트웍스, SK해운, SK건설 등 다수 계열사들은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이 인수를 결정한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지난해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성적표는 부진을 면치 못한 셈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집단경영체제가 실행되고 있어 자율 경영의 책임이 커진 만큼 주요 계열사 경영과 일상적인 사업 전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각종 신규 투자와 해외사업 추진을 결정해야 하는 오너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너만이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신규투자나 인수합병 등의 의사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총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신사업 등에 대한 경영차질이 빚어지고, 이는 결국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을 통한 굵직한 투자나 해외사업 진출이 사실상 중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경영인으로는 총수가 내릴 수 있는 대규모 투자 결정 등에 한계가 있다"며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의 인수도 최태원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 회장의 수감 생활이 길어지면서 SK그룹 계열사들의 각종 투자계획이나 해외사업 추진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1년 브라질 광구를 매각해 거액의 현금을 확보했으나 1년 이상 투자를 못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1월 호주 유류 공급업체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 지분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재원 부회장의 부재도 영향이 적지 않다. 지난해 SK E&S의 STX 인수전 포기는 최재원 부회장의 부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K E&S의 대표이사를 겸하는 최재원 부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SK 긴급회의 열고 대응책 모색…뚜렷한 대안 없을 듯

SK는 이날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SK는 6개 위원회 중심으로 그룹을 경영하는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더욱 강화해 오너 경영공백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법정구속된 최 회장의 경영 공백에 맞춰 출범한 수펙스인 만큼, 김창근 의장과 나머지 5명의 위원장이 집단지성체제를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각 계열사 업무는 자율적으로 처리하되, 인수합병 및 투자 등 굵직한 건은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처리하게 한다는 것. 계열사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판을 하나 더 마련한 셈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차질없이 기업을 운영해 나가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너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국내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할 경우 이런 방식으로 최 회장의 공백을 완전히 메꾼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외사업 추진이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는 그룹 총수의 역할이 절대적인 만큼, 최 회장의 경영공백을 메우지 못할 경우 SK가 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며 "최 회장은 물론 최재원 부회장까지 실형이 확정된 상황에서 기존 수펙스추구협의회의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 형제의 실형 확정에 따라 내달 주주총회 이전에 계열사 등기이사 사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최 회장은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C&C 등 4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올라 있다. 최 부회장도 SK네트웍스, SK E&S 등 2개 회사에 이사를 맡고 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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