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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만약 '윈도 비스타'가 성공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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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기자] 초록빛 풀밭 위의 파란 하늘과 그 위를 떠다니는 흰구름들. 우리에게 낯익은 PC 바탕화면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술지원 정책에 따라 이용자들은 푸른 풀밭과 파란 하늘의 배경화면을 버려야만 한다. MS가 내년 4월 8일부터 윈도XP에 대한 기술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윈도XP 이용자들은 기술지원 중단 이후에도 계속해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상위 버전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데 따르는 각종 시스템 오류와 보안 위협은 이용자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 사실상 상위 버전의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MS 측은 "10년이 지난 윈도XP로는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어 1년 뒤에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윈도XP는 컴퓨터 사용 환경이 현재와는 다른 과거에 개발된 OS로 상위 버전인 윈도7 보다 보안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3·20 전산망 장애는 기업의 패치관리서버(PMS)가 악성코드를 뿌리는 통로로 악용되면서 내부 PC의 부팅 영역을 파괴시켰기 때문이었다. 윈도XP의 부팅 영역(MBR) 보호 취약성 부분이 문제가 된 것이다.

특히 윈도XP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 9 이상 버전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도 기술지원 중단 이유 중 하나다. 민감하고 중요한 서비스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오늘날의 복잡한 환경에서 2001년 출시된 윈도XP는 안전하지 않다는게 MS 측 논리다.

MS의 기술지원 중단 발표로 국내 윈도XP 점유율은 지난 3월 32%에서 8개월 만에 18%대 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의 12.12%, 일본의 11.24%, 호주의 7.5%에 비하면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출시된지 10여년이 넘은 '구닥다리'가 아직도 이같이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궁금해진다. 익숙한 것을 버리기 싫어하는 이용자의 태도 때문일까. 아니면 윈도XP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가 굳건하기 때문일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만일 윈도 비스타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으면 어땠을까. MS 스스로가 이같은 상황을 만든건 아닐까.

윈도XP의 후속 제품인 윈도 비스타는 사실상 실패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잦은 오류와 속도 저하 문제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OS다. 그래서 이용자들은 비스타가 설치된 PC를 윈도XP로 바꿔서 사용했다. MS 스스로가 윈도XP가 가장 안정적인 OS라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 준 셈이다.

만일 비스타가 시장에 안착하고 윈도XP 이용자들을 흡수할 수 있었다면 윈도XP 점유율은 자연스럽게 감소했을 것이다. 그 이후 제품인 윈도7도 무난하게 세대 교체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윈도XP 만을 고집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MS의 전략 실패가 현재의 윈도XP 점유율 유지에 일조했다는 주장이 가능한 것이다.

MS의 윈도XP 기술지원 중단을 비판하는 시각이 많다. 고객 친화적이지 못한 일방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실적이 저조한 윈도8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윈도7 조차 2년 뒤에 일반 지원을 중단할 예정이라 사실상 최신 버전인 윈도8을 사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MS의 OS 교체 권장은 더이상 각종 바이러스나 스파이웨어, 악성코드, 제로데이 공격, 해킹 등 보안 위협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협박 비슷한 권고로 받아들여진다. 시스템 오류와 비즈니스 중단에 대한 피해 발생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윈도8 구입을 강요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통해 PC를 사용하던 이용자는 윈도8이 지향하는 터치스크린 환경이 낯설고 어렵다. 고객 입장에서는 익숙한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하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게 현실이다.

서럽지만 윈도XP를 사용하는 기업과 개인 이용자들은 하루 빨리 새 OS를 구입하고 플랫폼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MS가 주장하듯 재난 수준의 대규모 보안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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