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재조정해야"

[정기수기자] 산업계가 오는 202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감축 목표치 재조정과 배출권거래제 시행시기 연기를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와 한국철강협회 등 주요 업종별 15개 협회들은 19일 '국가 온실가스 감축정책 추진' 관련 산업계 공동 건의문을 국무조정실 등 정부 관련부처와 국회에 전달했다.

산업계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문제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감축 필요성에 대해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2009년 목표설정 당시와는 달라진 국내외 여건을 고려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실효성 있게 재조정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부는 지난 2009년에 오는 2020년 온실가스배출전망치를 8억1천300만톤으로 추정, 배출전망치의 30%에 이르는 2억4천3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정부의 감축목표치가 변화된 산업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산업계의 지적이다.

산업계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6천900만톤으로 2009년 목표수립 당시 정부 예측치 6억4천400만톤보다 약 4% 초과했다. 2010년 실제 배출량을 기준으로 미래배출량을 추계분석한 결과에서도 2020년 예상배출량은 8억9천900만톤으로 정부 예측치인 8억1천300만톤보다 약 10% 상회한다.

또 2010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배출량 490억톤의 약 1.4%에 불과한 반면, 2020년 국내 산업계가 감축해야할 온실가스는 2억4천300만톤으로 30억~70억톤으로 예상되는 전 세계 감축목표치에 비해 최소 3%에서 최대 8%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산업계는 "목표설정 당시 정부가 제시했던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의 상용화가 지연되고, 원전 비중 축소 등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게 현실"이라며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는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를 반영해 2009년 설정된 8억1천300만톤보다 상향조정돼야 하고, 30%에 이르는 감축목표도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계는 아울러 "국제적으로 교토의정서 체제가 선진국들의 잇따른 이탈로 사실상 와해돼 실효성 없는 상징적 체제로 전락했다"며 "2015년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2020년 이후 신(新)기후체제가 도입될 때까지 시행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2011년 4월 국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시행해 오고 있으나, 2015년부터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의 과부족분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하나 배출권거래제는 배출권을 유상으로 할당하는 제도다.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인한 과중한 비용부담이 생산기지 해외이전이나, 외국인 투자기피로 이어져 국내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업계가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권을 100% 무상할당해도 2020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약 4조2천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될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정부법률안에 따라 배출권을 3~100% 사이에서 유상적용한다면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매년 최소 4조5천원에서 최대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계는 이 같은 비용부담을 우려해 배출권거래제 시행시기를 2020년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가 지난 10월 에너지 관리업체·다소비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배출권거래제 시행시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24.8%는 '2017년 이후'를, 63.6%가 '2020년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기업 10곳 중 9곳이 2015년 예정된 배출권거래제 시행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더욱이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배출권거래제 재조정은 세계적 추세라는 게 산업계의 주장이다.

지난 11월 종료된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9) 결과, 이미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철회했던 일본은 제조업 국제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호주는 COP19에 정부대표단도 보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산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 현재 시행중인 '고정가격 배출권거래제(탄소세) 및 배출권거래제' 폐지 법안을 상원에 제출한 상태다.

산업계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제로 인해 국제 탄소시장의 미래가 불확실하고, 교토체제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것은 국제 흐름에 맞지 않는 방향"이라며 "COP19 등 국제적인 상황을 고려해 배출권거래제 시행 시기를 2020년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