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다는 것은 당신이 이미 아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행한다는 것은 당신이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소설 '갈매기의 꿈 Jonathan Livingston Seagull)'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이름을 떨친 리처드 바크(Richard Bach)의 말입니다.
인간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행동양식을 변화시킴으로써 향상 발전시켜 나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학습(學習)이라 하는데, 외부 세계에 대해 적응해 가면서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입니다.
인간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고, 새로 획득한 지식을 자기 경험으로 쌓아갑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획득한 지식을 잊지 않고 외어 두는 과정을 기억(記憶)이라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학습이란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고, 기억이란 획득한 지식을 유지하는 과정입니다. 학습과 기억은 상호 의존적이며, 변증법적인 통합을 통해 인간의 지적 활동이 형성됩니다.
학습이란 새로 배우게 된 지식과 과거에 알고 있던 기억단서를 연결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억이란 저장해둔 기억단서를 끄집어 내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머리에서 정보를 찾을 때 하나씩 순차적으로 찾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기억단서를 이용하여 우선적으로 찾게 됩니다.
무엇을 떠올릴 때 막연하게 떠올리는 것보다 실마리가 있다면 그것을 통해 전체를 쉽게 떠올리게 되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학습을 할 때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가능한 좋은 기억단서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전략입니다.
마찬가지로 기억을 되살려 낼 때에도 기억단서를 잘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하나 보겠습니다. support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지지하다, 지원하다, (금전적으로) 후원하다'라는 뜻이 나옵니다. 물론 이 단어 한 개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와 비슷한 수준의 단어 30개를 외우는 과정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기억 단서를 만들어 볼까요? 한국 축구팀은 12명이라고 합니다. 그라운드 밖에 1명의 선수가 더 있기 때문입니다. 12번째 선수가 바로 '붉은 악마(Red Devils)'입니다.
붉은 악마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1995년 12월에 축구팬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서포터들(Supporters)입니다. support와 붉은 악마를 연결시킴으로써 초등학생도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단어가 됩니다.
절대로 'support=지지하다'식이나 의미파악이 어렵게 구성된 단순한 그림으로 단어 암기를 하시면 안됩니다. 더군다나 양질의 기억단서가 아니라 한국말을 이러 저리 꼬아서 만든 학습법은 시간이 갈수록 학습자를 망치게 됩니다.
처음 한 두 개이면 모르겠는데, 기억해야 될 학습량이 많아지게 되면 기억단서들끼리 충돌을 일으키게 되고 혼란스럽게 됩니다. 원할 때 마음대로 머리 속에서 인출해 낼 수 없게 됩니다.
결국 한국 사람은 순간적으로 인출해내는 활동인 말하기(Speaking)와 쓰기(Writing)에서 취약하다는 오명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논어(論語)> 의 爲政篇(위정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옵니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헛되고, 스스로 생각만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라는 뜻입니다.
배운다는 것은 옛 것의 자기화 과정인데 생각하지 않으면 껍데기 지식에 불과하며, 실천의 과정이 더해져야 비로소 지식은 자신의 것이 됩니다.
지식은 배움이라는 "보편적 지식의 수용 과정" 과 생각이라는 "자기 견해의 형성 과정"이 어우러져야 건강하고 생산적인 것이 됩니다.
학원을 다니면서 많은 지식을 머리 속에 넣기만(學)하고, 그것을 익히거나(習) 스스로 생각하지(思)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학습(學習)이며,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이 기억(記憶)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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