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블랙박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품질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HD·풀HD 급 고화질 블랙박스가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이들 블랙박스 중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거나, 고온에 견디지 못하는 등 함량 미달의 제품이 속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용 블랙박스 산업표준(KS)를 마련했지만 정작 관련업계 는 관심밖이다. 소비자들만 제품 구매 때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블랙박스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 접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14건에 불과했던 피해구제 건수는 2011년 34건, 2012년 79건, 올해도 9월까지 92건으로 연평균 2배씩 증가하고 있다.
블랙박스의 시장규모가 지난해 150만대, 올해 300만대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피해 사례도 늘고 있는셈이다.
실제로 국내 블랙박스 70% 가량이 KS 기준에 미달하는 등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블랙박스 업체들이 저마다 고화질 블랙박스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능과 성능 면에서 함량 미달 제품도 늘고 있는 것.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차량용 블랙박스 품질 조사 자료를 보면 31개 블랙박스 중 21개 제품이 번호판 식별성, 시야각, 초당 저장하면 수, 진동 내구성 등 분야에서 KS 기준 미달로 나타났다.
제품별로 하나엔지니어링코리아가 수입 판매하는 'MHD-K12' 제품은 번호판 식별성·시야각·진동 내구성에서, 모두스코리아의 '350HD'는 번호판 식별성·시야각에서, 에이치디비정보통신의 'P3'는 시야각·초당 저장 화면 수·진동 내구성에서 KS 기준에 못 미쳤다.
◆번호판 식별성· 메모리 교체 비용 등 따져봐야
이같은 피해사례가 폭증하자 정부도 차량용 블랙박스 KS기준을 마련했지만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은 지난해 연말 차량용 블랙박스 KS를 제정했다. 그러나 KS 획득이 의무사항이 아니다보니 업체들의 참여율은 저조하다. KS 획득이 판매율 신장이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기표원 관계자는 "블랙박스 업체는 영세한 중소 기업이 많아 시간과 비용이 드는 KS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KS를 획득하려면 공장과 자체 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블랙박스 업체 대부분 위탁생산(OEM) 방식이라 (KS 획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블랙박스 업체들은 KS 획득에 관심을 가질만한 장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블랙박스 업체 한 관계자는 "KS를 따려면 검수 과정이 필요해서 그냥 제품을 출시할 때보다 2개월~3개월이 더 걸리는데 판매율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 두달 차이로도 트렌드에 뒤처지는데 KS를 획득하느니 신제품을 출시하는게 낫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업체들이 홍보거리가 될만한 '화질'만 내세울뿐 고장도 잦고 AS도 제대로 안되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면서도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AS까지 획득할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 12일 블랙박스 제품의 가격과 품질을 비교한 정보를 '스마트컨슈머'에 게재하자마자 접속자 폭주로 홈페이지가 다운됐을 정도다. 소비자들이 블랙박스 관련 정보를 얻을만한 창구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소비자원은 스마트컨슈머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화질 외에 제품 사양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막연히 풀HD 블랙박스를 선호하기보다는 실제 영상품질과 메모리 교체 비용 등 유지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블랙박스의 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번호판 식별성 등 품질이 우수하면서 상대적으로 메모리 사용량이 적은 제품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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