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지난 8일 미래창조과학부 윤종록 차관 주재로 국산 정보통신기술(ICT) 장비 CEO 간담회가 열렸다. 중국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화웨이의 국내 LTE 망 장비 공급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와 업계 CEO들은 공공기관 등을 통한 국산 ICT 장비 수요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달 말에는 ICT 장비 분야별 일류화를 위한 세부 실행 계획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화웨이의 국내 시장 진입 논란은 LG유플러스가 2.6GHz 광대역 LTE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지국 장비로 화웨이 제품을 선택하면서 불거졌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계는 네트워크 산업 생태계 붕괴 위험성을 주장하며 화웨이의 국내 시장 진입을 반대했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LTE 장비 공급을 담당했던 삼성전자와 에릭슨엘지, NSN 등은 소형기지국(RRH) 부품과 모듈, 소프트웨어를 50% 이상 국내 중소기업으로부터 공급받았다. 하지만 화웨이의 경우 전량 중국에서 생산해 국내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화웨이는 전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과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불공정 거래를 통한 시장 진입으로 경고 대상이 됐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화웨이와 ZTE가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덤핑 행위를 하는 증거를 발견하고 반보조금 및 반덤핑 과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국내 업체들이 "만약 화웨이가 국내에서도 덤핑 행위를 전개할 경우 많은 기업들이 타격을 입어 시장과 산업이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이유였다.
이같은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화웨이는 지난 7일 국내 네트워크 장비 관련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CPRI 공개 ▲공동 연구개발(R&D)센터 설립 ▲해외 동반진출 등이 골자였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통신 프로토콜인 'CPRI' 규격을 국내 중소 통신장비 업체에 공개하겠다는 점이다. CPRI는 그동안 해외 장비 업체들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기술로 화웨이가 최초로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CPRI 규격이 공개될 경우 국내 중계기 업체들은 이동통신 핵심인 소형기지국(RRH)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화웨이는 기지국 구축 시 필요한 안테나와 대역 결합기, 분배기, 광케이블, 급전선 등의 부자재를 국내 중소 업체 제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기지국 설치 공사와 장비 운반, 유지보수 작업 역시 한국 업체에 맡긴다는 구상이다. 화웨이가 자사 장비의 유지보수를 해당 국가 업체에 위임하는 것 역시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이같은 화웨이의 약속에 대해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진정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다른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도 시도하지 않은 파격적인 상생 방안이라 실천력에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여전히 CPRI 공개 범위나 대상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며 장비 유지보수나 관련 교육 부분에 대해서도 "LG유플러스와 협의 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만 답했다. 만일 화웨이가 CPRI를 불완전하게 공개하거나 RRH 기술을 국내 업체가 개발해도 저가로 납품하라고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기 위한 선언적 발표라는 의심을 살만한 부분이다.
화웨이는 네트워크 장비 뿐만 아니라 2년 전부터 스마트폰 생산을 시작했다. 화웨이는 전 세계 LTE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에 진입해 우수한 국내 단말 기술과 LTE 운영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한다.
화웨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이번 상생 협력 방안을 책임있게 실천해 국내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국가의 기업들과 협업하며 상생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글로벌 기업 다운 모습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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