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애플이 PC 운영체제(OS) 공짜 시대를 열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예바부에나 아트센터에서 열린 애플 제품 발표 행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역시 아이패드였다. 애플이 더 얇고 가볍게 만든 아이패드 에어와 레티나를 탑재한 아이패드 미니를 선보이면서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자들이 가장 열광한 대목은 따로 있었다. 바로 애플 OS X 최신 버전인 '매버릭스'를 공짜로 풀어버린 부분이다.
◆"애플이 유료 OS에 부고장 보냈다"
크레이그 페데리히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이날 "OS X 10.9 매버릭스를 무료로 배포한다. 그것도 오늘부터"라고 밝혀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에 따라 맥 이용자들은 앱스토어에서 매버릭스를 곧바로 업데이트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미국의 테크 전문 잡지인 와이어드는 "애플이 OS 유료 모델 시대에 부고장을 보냈다"고 평가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18년 전엔 매출의 절반 가량을 OS 라이선스를 통해 벌어들였다. 하지만 애플은 이제 더 이상 OS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분명하면서 비즈니스 모델 하나를 끝장 내 버렸다.
애플 OS 가격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하락했다. 한 동안 129달러를 유지했던 맥 OS X는 지난 2009년 10.6 버전인 스노우 레퍼드 업그레이드 할 때부터 29달러로 뚝 떨어졌다.
애플은 지난 해 OS X 10.8 '마운틴 라이언'을 내놓을 땐 19달러로 가격을 또 인하했다. 그리곤 불과 1년 여 만에 OS X를 아예 공짜로 풀어버렸다.
애플의 이 같은 조치로 이제 소비자들의 시선은 마이크로소프트(MS) 쪽으로 향하게 됐다. 데스크톱 OS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MS는 여전히 PC 제조업체들로부터 윈도 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MS도 지난 주 윈도 8.1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일반 이용자들에겐 무료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소비자 시장에선 OS를 공짜로 풀어버린 셈이다.
◆OS 시장은 1970년대 '공짜 시대'로 회귀
이 같은 상황 변화는 모바일과 태블릿 바람 때문이라고 와이어드가 분석했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PC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는 데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모바일 OS까지 무료로 풀리면서 데스크톱 OS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런 시장 환경 변화는 OS 최강자인 MS의 영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때 MS 전체 매출의 47%에 이르렀던 윈도 부문은 지난 해엔 비중이 25%까지 줄어들었다.
애플의 이번 조치는 OS 시장에 불고 있는 공짜 열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와이어드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해주면서 "이제 OS 시장은 공짜가 상식이었던 1970년대 상황으로 다시 회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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