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하반기 연이어 신차를 내놓으며 수입차의 파상공세 대응에 나선다. 수입차들은 올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 국내 완성차 업계에는 이같은 공세로 내수시장 수성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수입차 누적 내수판매량은 11만6천85대로 전년동기 대비 21.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시장 점유율은 10.3%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8.6%보다 1.7%p 증가한 규모.
반면 같은 기간 국산차 내수판매(101만4천184대)는 0.6%가량 감소하는 등 '판매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대자동차(47만8천850대)와 기아자동차(33만9천27대)의 판매대수는 81만7천877대로 전년동기 대비 1.7% 하락했다. 내수점유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p 줄어든 72.7%에 그쳤다.
이 같은 수입차들의 내수판매 급성장은 '볼륨 모델(판매량이 많은 차량)'을 중심으로 한 신차들의 안정적인 성장에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반면 국산차는 연식 변경에 따른 상품성 강화 모델과 기존 차종의 파생모델 출시가 주를 이뤄 파괴력 측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 올 여름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는 지난달 575대가 팔리며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리며 판매실적을 견인했다.
BMW가 최근 선보인 '뉴 5시리즈'도 주목할 만하다. 1972년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660만대 이상 팔려 나간 베스트셀링 모델인 5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만큼, 4분기 내수시장에서 판매돌풍을 일으킬 '태풍의 핵'으로 평가된다. BMW코리아 측은 뉴 5시리즈가 월 1천200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입차 파상공세, 국산차 '신차'로 반격 본격화
이에 따라 국산차업계는 하반기 다양한 신차를 선보이며 내수시장 사수를 위한 반격을 본격화 한다.
우선 기아차는 오는 22일 쏘울 2세대 모델 '올 뉴 쏘울'을 내놓는다. 소형 크로스오버차량(CUV) 컨셉의 쏘울은 5년 만에 선보이는 신형 모델로, 콘셉트카 '트랙스터'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길이 4천140㎜, 너비 1천800㎜, 높이 1천600㎜의 차체 크기를 갖춰 몸집도 기존보다 커졌고, 1.6 GDI 엔진과 2.0 누우엔진이 탑재된다.
기아차는 또 국내에서 유일한 경쟁 모델로 꼽을 수 있는 BMW의 미니(MINI)를 겨냥, 최초로 투톤루프를 적용해 젊은 층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는 전략이다.
앞서 기아차는 '올 뉴 쏘울'의 개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투톤 루프 3종'과 '레드존' 커스터마이징(맞춤형 제작) 사양을 지난 8일 공개했다.
특히 '올 뉴 쏘울'은 세계 최초로 기본 컬러인 그레이 색상의 휠 커버 외에 레드와 블랙 2종의 휠 커버를 추가 제공, 고객이 취향에 따라 휠 커버 색깔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18인치 체인저블 컬러 휠'을 적용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1세대 쏘울이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과 함께 출시된 첫 신호탄이었다면, 2세대 쏘울은 기아차의 대표 아이코닉 브랜드로 성장해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세계 최초로 적용된 '18인치 체인저블 컬러 휠'은 독창적인 쏘울의 외관 디자인에 화룡점정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당초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었던 신형 제네시스의 일정을 앞당겨 오는 12월께 선보인다.
하반기 신차 중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형 제네시스는 동급 수입차 경쟁차종인 BMW 신형 5시리즈, 아우디 A6, 벤츠 E클래스 등 독일 브랜드를 직접 겨냥한 대항마다.
신형 제네시스는 2008년 출시된 1세대 모델 이후 5년만에 출시되는 2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콘셉트카 HCD-14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경량화를 통해 현재 모델보다 90㎏ 이상 가벼워진다.
현대차 세단 중 최초로 4륜구동 시스템을 채택하고 파워트레인은 업그레이드를 거친 V8 5.0ℓ, V6 3.8ℓ, V6 3.3ℓ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며 효율성을 개선한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다운사이징과 고연비의 상징인 디젤엔진 탑재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제네시스의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수입차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대표 중형 세단인 쏘나타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도 내년 출격을 앞두고 있다.
르노삼성은 소형 SUV 'QM3'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특히 QM3의 경우 수입산 모델을 들여와 일정 기간 판매한 뒤, 판매 물량에 따라 국내 생산을 검토할 예정인 만큼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QM3는 1.2ℓ 가솔린 터보에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조합이다. 원형이 되는 르노 캡처에 1천461㏄ 디젤 커먼레일 터보 엔진을 장착한 차종도 있어 디젤 모델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GM의 트랙스가 소비자 예상보다 높은 가격(1천940만~2천289만원) 탓인지 판매 돌풍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꾸준한 판매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출시된 닛산의 '쥬크' 등과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시장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QM3 판매가 잘 이뤄질 경우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신차 공세로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 온 수입차가 올해 역시 파상 공세를 펼치는 중"이라며 "국산차가 기존 모델의 가지치기나 부분변경 모델 만으로 방어에 나선 것은 그간 실적을 감안할 때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올 한해 별 다른 신차가 없었던 국산차업체들이 내수시장 사수에 총력을 걸고 신차 공세에 나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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