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삼성이 법원 제출자료 불법 사용"

[김익현기자] 삼성이 미국에서 불법행위로 제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애플과의 특허 소송 당시 입수한 문건을 노키아와 협상에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의 폴 그레월 행정판사가 삼성 제재를 논의할 청문회를 오는 22일(이하 현지 시간) 개최하기로 했다고 CNN머니와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가 3일 보도했다.

이번 청문회는 애플 측 요청에 따라 열리게 된 것. 애플은 삼성이 지난 해 자신들과 특허 소송 당시 입수한 문건을 불법 유출했다면서 제재를 요구했다.

◆지난 6월 노키아와 협상 때 애플 계약 내용 거론

애플은 지난 해 특허 소송 당시 노키아를 비롯해 에릭슨, 필립스, 샤프와 맺은 라이선스 계약서를 삼성 변호인단에 넘겨줬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진 합법적이다. 삼성 입장에서도 애플 요구가 정당한 지 판가름하기 위해선 다른 회사들과 체결한 계약서를 요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당시 '극비-변호사만 열람 가능'이란 도장을 찍어서 삼성 쪽에 넘겨줬다. 그런데 삼성이 이 문건들을 불법적으로 유출했다는 게 애플 측 주장이다.

CNN머니에 따르면 삼성은 이 문건을 원본 그대로 FTP 사이트에 올린 뒤 최소한 50여 명의 임직원들이 열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건 노키아와 라이선스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안승호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이 애플의 계약 내용을 언급한 부분이다.

안승호 부사장은 지난 6월4일 노키아 측 지적재산권 담당 임원인 폴 멜린을 만난 자리에서 노키아 측이 애플과 맺은 계약 내용을 언급했다고 CNN머니가 전했다. 당시 삼성과 협상했던 노키아 측은 "모든 정보가 유출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삼성 측과 만난 직후 노키아는 곧바로 애플에 항의를 했다. 그러자 애플이 법원에 관련 문건 불법 유출을 이유로 삼성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

◆22일 공판서 삼성 제재 여부 결정될 듯

그레월 판사는 명령문을 통해 "(재판과정에서 입수한) 기밀 정보는 보안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 명령에 따라 변호사만 열람하도록 한 문건이기 때문에 절대로 외부에 유출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재판 당사자들이 이런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엔 (문제 없을 것이라는) 법원의 보증이 의미를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레월 판사는 삼성 측에 오는 16일까지 정보 유출 관련 경위를 제출하며 노키아와 협상했던 안승호 부사장도 법정 증언을 하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삼성의 법정 서류 불법 유출 관련 사건을 다룰 이번 공판은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