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오는 24일 국회의원 재선거가 실시되는 충남 부여·청양은 서울 노원병, 부산 영도 등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서울 노원병에서는 야권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부산 영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이 이슈몰이에 나서면서 이 지역 선거는 이슈의 중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우세가 뚜렷한 초반 판세도 이 같은 분위기에 한 몫 하고 있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데다 '차기 충청권 맹주'로 거론될 만큼 지역 내 인지도가 높은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판세가 이미 굳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KBS가 지난 1~2일 지역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7%포인트) 결과 새누리당 이완구 후보가 과반을 뛰어넘는 64.5%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민주통합당 황인석 후보의 지지율은 9.5%에 그쳤다. 통합진보당 천성인 후보의 경우 0.8%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인 10일 만난 충남 부여·청양 유권자들의 다수가 새누리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의 인물 경쟁력이 두 야권 후보에 비해 높다는 점도 느껴졌다.
부여 시장에서 만난 50대 여성 황모씨는 자신을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그는 "아무래도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았으니 힘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이번에도 새누리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소를 팔던 60대 남성 이모씨는 "(이 지역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인기가 좋다. 이번 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이 이길 것"이라며 "민주당이 하는 게 뭐가 있느냐. 맨날 싸우기만 하고…. 민주당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50대 남성은 "이 후보가 충남지사 때 일을 잘 했다. 이번에 당선되면 지역이 좀 발전될 것 같다"며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유권자들은 야권 후보들의 선전 가능성을 점쳤다. 지역 출신인 황 후보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가 소폭이나마 상승하고 있다는 분위기도 묻어났다.
생선을 팔던 50대 여성 김모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생각 보다 잘 못 하는 것 같다. 좋은 공약은 많이 내놨는데 지킬 것 같지가 않다"면서 "이번에 선거를 하면 2번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을 보러 나온 40대 여성 박모씨는 "황 후보가 부여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안다. 대선이나 총선 때 새누리당을 찍었는데 이번에는 황 후보를 한 번 찍어볼 것이다. 이 후보가 유명하긴 하지만 유명하다고 다 일을 잘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정치권에 대한 염증도 여전했다. 한 50대 여성은 "나는 정치에 대해 잘 모르고 할 말도 없다"면서도 "뽑아 주면 뭘 하나. 선거 때만 뭐 해주겠다고 하고 선거 끝나면 입 싹 닦는 사람들이다. 투표도 하고 싶지 않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지역 일꾼론'을 앞세워 독주하고 있는 이 후보에 맞서 '정권 경종론'을 내세운 야권 후보의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야권 후보들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여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제공=새누리당 이완구 후보 선거사무소(위), 민주통합당 홈페이지(아래)>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