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안철수 전 교수에게 양보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의 부인인 김지선 씨(59)가 안 전 교수의 귀국을 하루 앞둔 10일 4.24 재보궐 선거에서 노원병 지역에 출마할 것을 공식 선언하며 안 전 교수를 압박했다.
정의당과 안 전 교수가 노원병을 둘러싸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싸움을 준비하는 형국이다.
민주통합당 역시 원칙적으로 노원병에 후보를 낸다는 입장이다. 민병두 전략홍보부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재보선에서 후보를 낸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5.4 전당대회에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용섭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안 전 교수가 지금처럼 일방적 행보를 한다면 민주당이 후보를 내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내에는 제1야당으로서 노원병에 후보를 내야한다는 입장과 대선 당시 후보직을 양보한 안 전 교수를 배려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민주통합당은 야권단일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반면 정의당과 안 전 후보는 야권 단일화보다 선거 완주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 전 후보 측은 "기계적 단일화는 없다"며 대선 당시 단일화 논리에 빠져 실패했던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여러 통로를 통해 밝혔다.
정의당 역시 4.24 재보궐 선거를 통해 향후 야권재편 과정에서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로 발돋움할 기회를 갖는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황이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오는 7월 2단계 창당이 예정돼 있다"며 "그 전에 정의당의 힘을 보여줄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지난해 10월 창당 당시 올해 2단계 창당을 계획했었다. 노 공동대표의 의원직 상실은 뼈아프지만, 전국적인 관심 속에 치러지게 될 노원병 선거를 통해 정의당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10% 이상의 득표율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정의당과 안 전 교수의 껄끄러운 관계도 문제다. 정의당 측에서는 안 전 교수가 노원병 출마를 선언하기 전 그의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에게 노원병에 출마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하지만 안 전 교수가 노원병 출마를 결정하면서 양측간 감정의 골이 생기게 됐다.
또한 안 전 교수가 노원병 출마를 선언하기 전 노 공동대표에게 안부 전화를 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노 공동대표는 안 전 교수와 전화통화를 한 다음 날인 4일은 물론 이후 라디오 등에서 "판결에 관해 위로의 얘기를 했고 서로 덕담을 주고받은 짧은 통화"였다며 "기자회견을 잡아놓고 1시간 반 전에 전화해서 간단한 통화를 한 뒤에 마치 양해를 구한 것처럼 각본을 짜 맞추듯이 하는 것은 새 정치가 아니라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안기부 X-파일' 유죄판결로 이 지역에서 의원직을 상실한 노 공동대표의 부인인 김 씨를 전략 공천하면서 지역구 세습논란까지 불러일으키는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씨는 "노 대표가 나의 삶을 대신 살 수 없는 것처럼 나 역시 노 대표의 대리인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없다. 나에게는 내가 살아온 길이 있고, 가야할 길이 있다"고 차별화를 강조했다.
김 씨는 "나의 출마는 사회적 약자가 존중받고, 더 정의롭고 인간적인 사회로 가야 한다는 신념과 사명감에 따른 것"이라며 "그 누구의 배우자가 아닌 김지선으로 출마한다"고 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 씨는 가난으로 16살 때 공장에 취직한 인천 지역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노 공동대표보다 먼저 노동운동에 뛰어든 인물이다. 인천지역해고노동자협의회 사무국장 등을 지내면서 여성·노동 운동을 비롯해 지역활동을 해왔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씨는 이번 4.24 보궐선거 이전에 정치에 뛰어들었어도 될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오히려 노 공동대표의 이름 때문에 저평가된 부분이 있는데 김 씨 본인의 역량 자체가 뛰어났기에 전략공천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끝까지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안 전 교수의 귀국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야권 재편 과정에서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야권단일화의 문을 열어둔 민주통합당, 이에 맞서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쥐려는 정의당, 그리고 새정치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의 결정타를 앞둔 안 전 교수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야권이 각자 자신의 실익을 계산하며 각개전투를 불사하는 사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누릴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야권 재편의 셈법은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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