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우리나라 중견기업들은 중소기업 졸업 후 적용받는 대기업규제 중 공정거래 관련 규제를 가장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중견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경영애로와 새정부의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중견기업 진입 후 새로 받는 정부규제로 경영애로를 겪는다는 기업이 19.2%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이중 가장 많은 기업이 '하도급법에 의한 원사업자로서의 의무 등 공정거래 관련 규제'(30.8%)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어 ‘'고령자 고용과 보육시설 설치 의무 등 고용·복지 관련 규제'(25.3%)와 '공공부문 입찰제한'(22%), '환경 관련 규제'(9.9%) 등을 차례로 답했다.
실제로 수도권 A중견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졸업하게 되면 협력 중소기업에 60일 이내 대금결제를 해주도록 한 하도급법상 보호장치가 중견기업의 의무로 전환된다"면서 "대기업으로부터는 90일 이후에 대금결제를 받고 중소기업에는 60일 이내에 대금결제를 해줘야해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중견기업 대다수가 정책지원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중견기업의 지원 수혜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대다수 응답기업이 '없다'(92.4%)고 답했다. '받은 적이 있다'는 답변은 7.6%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지난 2011년 산업발전법에 중견기업지원제도가 도입됐지만 아직 지원제도가 미약하고 대기업 규제에서도 중견기업에 대한 특례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중견기업의 투자와 고용규모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응답기업들은 중견기업 지원제도 중 가장 역점을 두어야할 분야로 '자금조달'(46.9%)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다음으로 '시장개척'(20.8%), '인력확보'(17.7%), '기술개발'(14.1%) 등이 뒤를 이었다.
시흥 소재 B반도체부품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 졸업 후 금리우대혜택이 사라져 적게는 1.4%에서 많게는 3%까지 높은 금리를 적용받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업체는 또 병역특례우대지원 혜택도 사라져 인력활용에도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정책에 대해서는 '혜택보다 불이익이 크다'(13.3%)는 응답이 '혜택이 더 크다'(6.5%)는 답변을 웃돌았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식료품, 의복 등 제조업종과 도·소매, 음식·숙박 등의 서비스업종에서 한우물 파기를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제도 때문에 불이익을 받게 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견기업의 52.6%는 창업 1~3세대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으며,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경우도 47.4%에 달했다. 가업승계와 관련한 고충으로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과 절차'(88.1%)를 가장 많이 꼽았다. '후계자의 역량 미흡'도 11.9%로 나타났다.
향후 성장전략으로는 '현재 주력사업의 핵심역량 강화'(50.5%), '미래수익원 개발'(28.6%), '신시장 개척'(20.9%) 등을 꼽았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중견기업은 대기과 중소기업의 이분법적 기업분류 속에 정책적으로 합리적이지 못한 대우를 받아왔다"면서 "새정부에서 실효성 있는 중견기업 지원제도를 만들어 중견기업이 우리 경제의 부흥과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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