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세계 전자업체 첨단 기술의 자웅을 겨루는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CES 2013은 최대 가전쇼 답게 세계 TV 업체들의 차세대 TV 기술경쟁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했다. 특히 1위와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응용한 곡선형 OLED TV로 맞붙은 가운데 그동안 한국 업체에 밀렸던 소니와 파나소닉이 UHD OLED TV로 반격에 나선 게 압권이었다는 평가다.
OLED 기술경쟁이 플렉서블과 UHD로까지 확전된 가운데 경쟁사의 기술력을 확인한 업체들의 표정관리도 제각각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술과 제품력에서 일찌감치 따돌린 것으로 평가한 소니의 반격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올해 출시 가능성이 거론되는 애플TV 까지, 세계 TV 전쟁에 만만찮은 변수가 등장한 형국이다.
◆소니의 반격…긴장하는 삼성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 CES에서 55형 곡면형 OLED TV를 경쟁적으로 선보인 가운데 하루 앞서 공개된 소니의 56형 UHD OLED TV에 대한 업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양사는 개막이전까지 사실을 몰랐거나 반신반의 하는 눈치였다. 이미 7일 이전 소니의 제품 공개 가능성이 일부 외신을 통해 전해졌지만 LG전자 관계자는 "패널이 없는데, 그럴리 없다"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고 삼성전자 관계자도 "얘기는 들었지만 예전에 이미 나왔던 것"이라며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제품 공개 뒤에도 양사는 "OLED TV업체라면 다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폄하했다.
그러나 이후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LG전자의 곡면형 OLED TV 파상공세 보다 소니의 기술력에 더 신경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번 CES에서 기술력에서 가장 높은 난이도를 보인 것은 소니의 UHD OLED TV"라 인정했다. 그는 "UHD인 만큼 해상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밝기 등에서 고도의 기술력을 보여줬다"고 털어놨다.
실제 소니는 이번 시제품에 자사의 독자적인 기술인 STE(Super Top emission)를 적용, 색 재현성을 끌어올렸다.
OLED는 두 개의 전극사이에 유기물을 배열,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현상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기존에는 패널 구동 회로가 형성되고 있는 TFT 기판측으로부터 빛을 꺼내기때문에 회로나 배선이 빛을 차단, 휘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STE는 이를 개선, TFT 기판의 위쪽으로부터 빛을 꺼내는 방식으로 색 재현성이나 선명도가 더 높다. 그만큼 쉽지 않은 기술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소니는 지난해 대만 AUO와 OLED 패널 개발에 착수, 채 1년도 안돼 시제품을 내놓는 뒷심을 보였다. 업계에서 2~3년은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기간을 절반이상 단축시키며 TV 명가 부활의 신호탄을 쏴올린 것. 같은기간 OLED 주도권을 놓고 기술 유출 등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온 삼성과 LG로서는 허를 찔린 셈이다.
소니는 또 이번 제품에 양산 및 가격경쟁력 확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프린팅 공법에 패널 하판기술로 산화물(Oxide)TFT 방식을 이용했다. 프린팅 공법은 OLED 소자를 인쇄기술을 통해 기판에 장착하는 것으로 현재 LCD보다 80% 가량 비싼 공정 비용을 오히려 30%가량 낮출 수 있다는게 일반적인 시각. 국내업체는 아직 일반 증착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또 패널 산화물 TFT 방식은 소재만 산화물로 교체하면 돼 신규 투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 LG디플레이가 이같은 방식을, 삼성전자는 LTPS 방식을 적용중이다.
◆소니 추격에 애플 가세? '새판짜기'주목
소니측이 구체적인 양산시기 등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기술과 방식면에서 본격적인 양산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 OLED 수율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차기 TV 패권 다툼에서는 옛 맹주 소니의 부활을 경계할 수 밖게 없게 된 형국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애플과 스마트폰을 잇는 본격적인 스마트TV로 확전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윤부근 사장은 CES 기간 중 기자들과 만나 "합종연횡 등 전자업계의 새판짜기가 본격화 되고 있다"며 "삼성전자 TV 경쟁자는 모바일 등 이종산업에서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플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폭스콘이 샤프패널을 채용한 애플 TV 양산에 착수하는 등 스마트폰에 이어 애플의 스마트TV 경쟁 가세가 예고되면서 애플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경쟁이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봤듯 UX, 디자인,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경쟁이 될 공산이 크다. 윤 사장 역시 이에 대비한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M&A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에 별도 조직을 마련, 올해 부터 본격적인 스타트업 등 혁신 기술 수혈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대목.
애플의 가세로 TV 시장의 새판짜기가 본격화 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기존 빅3 경쟁구도에 변화가 일 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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