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16, 유신 피해가족에 사과"…'국민대통합' 행보 재시동

[윤미숙기자] 과거사 발언 논란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5.16, 유신, 인혁당 사건에 대해 전향적 인식을 밝혔다.

박 후보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무거운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선 박 후보는 먼저 "저는 오늘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18대 대통령 후보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박 후보는 이어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5.16, 유신, 인혁당 등 박 전 대통령의 과(過)로 평가되는 사건들에 대한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자리에 오기까지의 고뇌를 드러낸 것이다.

박 후보는 "저는 우리 현대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세계가 인정하듯 건국 이후 반세기만에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하지만 압축적 발전의 과정에서 많은 상처와 아픔이 있었고, 1960~70년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시절의 공(功)과 함께 과(過)를 인정한 것이다.

박 후보는 "기적적인 성장의 역사 뒤편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받았던 일도 있었다"고도 했다.

이어 박 후보는 "5.16 이후 아버지께서는 '다시는 나와 같은 불행한 군인이 없어야 한다'고 하셨고, 유신에 대해서는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까지 하셨다. 아버지께서 후일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을 아셨지만 반드시 국민을 잘 살게 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목표와 고뇌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며 "그런 점에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저 역시 가족을 잃는 아픔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저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후보는 "지금 당장은 힘드시겠지만 과거의 아픔을 가진 분들을 만나고 더 이상의 상처로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구체적 실천을 위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는 전태일 재단 재방문,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과의 만남 등 '과거와의 화해'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