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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애플, 무차별 폭로전 '진흙탕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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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개발 문건 공개…애플 "무자비하게 베꼈다"

[김익현기자]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이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주 애플의 마케팅 자료가 공개된 데 이어 이번엔 갤럭시S와 아이폰을 비교 분석한 삼성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올싱스디지털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7일(현지시간) 갤럭시S와 아이폰을 비교한 삼성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132쪽 분량의 이번 문건은 삼성 제품개발팀이 지난 2010년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이날 공판에서 애플은 삼성 스마트폰이 아이폰과 얼마나 유사하게 만들어졌는지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애플 전 디자이너인 수잔 케어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를 동원했다.

삼성 제품 개발팀이 작성한 문건 역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 자료로 제출됐다. 이번 문건에는 삼성이 총 126개 항목에 대해 갤럭시S와 아이폰을 비교하면서 개선 방향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스마트폰 홈 화면부터 브라우저, 앱에 이르기까지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

애플은 삼성 내부 문건 공개를 통해 "갤럭시S를 비롯한 삼성 스마트폰이 아이폰을 '무자비하게' 복제했다"고 주장했다.

◆총 126개 항목 비교한 내용 담겨

이날 애플이 공개한 문건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지시사항이 담겨 있다. ▲메모나 계산기를 작동시킬 때 세로모드만 지원되는 부분을 비롯해 ▲홈 화면에서 동일 메뉴 아이콘이 나타나는 부분, ▲책 갈피 추가와 입력 창이 중복되는 부분 ▲이메일 아이콘이 어두운 색상으로 되어 있어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 개선 방향을 지시해 놓고 있다.

캘린더 날짜 설정, 아이콘 가독성 문제 등에 대한 개선 사항도 담겨 있다. 또 아이콘을 오래도록 누르고 있을 경우 좀 더 시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도록 하라는 지시사항도 있다.

아이콘 배치 문제에 대한 지적 사항도 있다.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아이콘들이 비슷한 위치에 배치돼 있는 부분을 개선하고, 아이콘에 사각틀을 씌운 것 역시 시각적으로 보지 좋지 않다는 지적 사항도 있다.

이런 식으로 총 126개 항목에 걸쳐 개선 사항을 담고 있는 것. 애플 측은 갤럭시S와 아이폰을 비교하면서 개선 사항을 적어 놓고 있는 부분을 집중 부각하면서 삼성이 아이폰을 무차별적으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 쪽에선 경쟁사 제품을 대상으로 한 통상적인 벤치마킹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날 공판에서 이슈가 됐던 신종균 사장 이메일 건은 이런 논리를 앞세워 비교적 잘 방어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제품 개발팀이 작성한 이번 문건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리로 방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영업비밀 공개-폭로, 두 회사 모두에 '독'

이런 가운데 이번 재판이 무차별적인 폭로전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결국 '상처 뿐인 싸움'이 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의 닉 빌턴 기자는 지난 주 재판이 끝난 직후 "애플이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은 실수"라는 취지의 칼럼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을 통해 애플의 영업 비밀이 속속 공개되면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게 그 이유다.

닉 빌턴 기자는 1930년대 유명 마술사였던 호레이스 골딘이란 인물의 예를 들었다. 호레이스 골딘은 당시 여성을 톱으로 자르는 자신의 마술을 광고에 무단 사용한 한 담배회사를 전격 제소했다.

문제는 재판 과정에서 마술의 비밀이 속속 공개돼 버린 것이다. 골딘은 막대한 소송 비용에다 '영업 비밀 폭로'란 악재가 겹치는 바람에 재판을 이기기도 제대로 건진 것은 없었다.

닉 빌턴 기자는 애플 역시 이번 재판에서 비슷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 특유의 영업 노하우가 무차별 공개될 경우 적잖은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선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갤럭시S 개발 초기 문건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때문이다.

물론 눈 앞의 전쟁에서 승리해야만 하는 두 회사는 앞으로도 폭로전을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애플과 삼성 두 회사의 내밀한 모습들이 속속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자칫하면 이번 소송 자체가 '상처만 남긴 채 별다른 소득은 얻지 못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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