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어제와 다른 모습!'
글로벌 IT기업들의 변신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지향점은 '전방위 강자'. 과거 특정 분야에서 '전통의 강자'로 군림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글로벌 IT 강자들은 조직 개편과 인수 합병을 거듭하며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오늘도 글로벌 IT 시장에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되고 '과거의 경쟁자가 미래의 가족'이 되는 무한 변신과 재편의 양상이 펼쳐진다. '끊임 없이 배가 고픈' IT 거인들의 인수 합병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되고 팔색조처럼 변신하는 이들의 변화는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특별취재팀 김관용기자 김수연기자 김국배기자]
'우리를 하드웨어(HW)나 소프트웨어(SW)만 잘 하는 기업으로 보지 말라!'
글로벌 IT기업들은 요즘 주력 분야를 한 가지로 규정짓지 않는다. 분명 지금까지는 '특정 분야의 강자'로 인식돼 왔지만 글로벌 IT 기업들 대부분이 '잘 하는 전문 분야'를 넘어 '다른 분야도 잘 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기를 희망한다.
방향성을 '멀티 플레이어'로 설정하다 보니 글로벌 IT 기업들은 주력 분야를 넘어서 전방위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명 '스택(stack) 전략'을 펴고 있는 IT기업들은 운영 시스템에서부터 소프트웨어, 미들웨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전 제품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과거에는 HW나 SW 한 곳에 집중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 기반을 다져 나갔지만 이제는 '토탈 IT솔루션 제공업체'를 지향하며 어플라이언스와 솔루션 전 영역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IBM을 비롯, 오라클, HP, EMC, 시스코 등 우리가 '어떤 분야에서는 1등'이라고 생각해 온 기업들 모두 '전통의 강자' 타이틀은 그저 '기본'에 불과하다.
컴퓨터와 서버의 강자였던 IBM은 '서버는 기본,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분석도 잘 하는 기업'을 향하고 있고 데이터베이스의 1인자 오라클은 '빅데이터의 선수이자 하드웨어도 석권하는 업체'이길 원한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과거에는 IBM이나 HP 서버에 EMC 스토리지, 시스코 네트워크,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SAP 애플리케이션의 조합을 선호했다. 각 벤더들의 주력 제품을 조합하는게 제일 믿음직했고, 실제로 가장 좋은 조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같은 조합은 가장 비싼 비용에 제일 비효율적인 구성이 됐다. 각 IT기업들이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며 자기 제품끼리의 조합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내도록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이같은 변신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빌리티 등에 힘 입어 IT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강자가 미래에도 강자임을 자신하는 것은 금물. 글로벌 IT 기업들의 변신 속에 시장 지형도 역시 날마다 새로워지고 있다.
◆인수합병 통한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
글로벌 IT기업들이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향하기 위해 선택한 길은 인수 합병이었다. 글로벌 거인들답게 이들은 정상의 고지를 향해 분주히 뛰어가기 보다는 이미 정상에 도달한 선수를 영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IBM이나 HP, 오라클, EMC, 델 등의 주요 IT기업들은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창사 100주년을 맞은 IBM은 숱한 인수합병 끝에 종합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천공카드 시스템, 상업용 전자계산기 공급으로 사업을 시작한 IBM은 진공관 컴퓨터, 퍼스널컴퓨터(PC), 메인프레임 등 하드웨어 영역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내며 IT 혁신을 일궈냈다.
하드웨어 기업으로 출발한 IBM은 현재까지 100여개에 가까운 기업을 인수하면서 비즈니스 컨설팅과 소프트웨어 영역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IBM의 매출 구조는 하드웨어 영역이 20%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부문이 80% 가까이 된다.
DB 분야 최강자이자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도 수많은 인수합병을 통해 7개의 IT스택을 모두 갖춘 유일한 벤더가 됐다. 오라클은 DB 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미들웨어, 운영체제(OS), 가상머신, 서버, 스토리지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DB로 시작한 오라클은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등을 아우르는 종합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한 이후, BEA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WAS) 시장에서도 강자로 올라섰다.
최근에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오라클 온 오라클(Oracle on Oracle)' 전략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부문의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델(Dell)은 인수합병을 통해 'PC 기업'의 이미지를 버리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종합 IT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스토리지 기업인 EMC 또한 프로세서, 네트워크, 서버 부문을 제외한 전 IT스택의 기업을 확보하면서,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보안을 아우르는 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에도 오피스와 윈도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매출을 올렸었던 것에서 벗어나, 서버, 기업용 솔루션, 엔터테인먼트 등의 기업을 합병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인 SAP는 소프트웨어 업체들만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IBM, HP, 후지쯔, 델, 시스코 등과 하드웨어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이베이스를 인수해 모바일 사업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전 영역에서 경쟁, 최후 승자는 누구?
글로벌 IT벤더들의 종합 IT기업화의 영향과 IT환경 변화로 전 솔루션 영역에서 각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서버 영역만 해도 과거 IBM과 HP 간의 싸움에서 메인프레임 시대의 종말과 x86시장의 급부상으로 델, 오라클, 후지쯔가 합세했다. 여기에 네트워크 기업인 시스코도 x86기반 블레이드 서버(UCS)를 출시하면서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서버 벤더들의 치열한 점유율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스토리지 분야에서는 EMC나 넷앱으로 대표되는 스토리지 전문기업들 뿐 아니라 3PAR를 인수한 HP, XIV를 인수한 IBM, 이퀄로직 및 컴펠런트를 인수한 델, 썬을 인수한 오라클 등이 경쟁하고 있다.
네트워크 영역에서도 시장 1위 업체인 시스코를 겨냥한 주요 IT기업들의 공격이 격화되고 있다. HP는 쓰리콤을 인수하면서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전략을 펴고 있으며, 델 또한 포스텐을 인수하면서 네트워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블레이드 네트워크 테크놀로지를 인수한 IBM 또한 네트워크 시장에 뛰어들었다.심지어 오라클은 네트워크 스위치 업체인 브로케이드 인수설까지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오라클이 시장을 선점한 DB 분야에서는 잇따른 인수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IBM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인메모리 기반 DB 솔루션인 '하나(HANA)'를 출시한 SAP도 '오라클 DB 없는 세상'을 꿈꾸며 오라클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시장 영역에서는 SAP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어플라이언스 부분에서는 '엑사 시리즈'를 앞세워 엔지니어드 시스템 전략을 펴고 있는 오라클과 '퓨어시스템'을 앞세운 IBM, 데이터웨어하우스(DW) 기반의 테라데이타 등이 싸우고 있다.
이같은 전통적인 영역 외에도 클라우드와 빅데이터가 화두가 되면서 관련 솔루션 시장에서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가상화 및 클라우드 솔루션 분야에서는 VM웨어와 시트릭스시스템즈,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하며, 아마존이나 세일즈포스닷컴, 구글, 야후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영역에도 HP, 오라클, IBM 등이 진출해 인프라 영역 뿐 아니라 서비스 부문에서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빅데이터 솔루션에서는 그린플럼과 아이실론을 인수한 EMC와 '스마트 어날리틱스 시스템(ISAS)' 및 데이터 분석 전용 어플라이언스 '네티자'를 앞세운 IBM, 데이터 전문기업인 오라클, 애스터 데이터를 인수한 테라데이타 등이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버티카와 오토노미를 인수한 HP도 빅데이터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으며, 데이터 분석 업체인 SAS도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각 IT기업들이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전 영역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들 중 누가 최후 승자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특별 취재팀 if@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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