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카카오톡이 음성통화 서비스를 본격 제공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신3사에 비상이 걸렸다. 통신사의 근간인 '통화료'라는 수익모델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뚜렷한 대응을 하기도 어려워 이른바 '멘탈붕괴' 수준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
혼란한 시장을 교통정리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규제당국도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규제 방안을 논의한다"는 두루뭉슬한 말로 관련 제도 마련을 회피한 채로, 결국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모델 '근간' 흔드는 경쟁자 출현에 '멘붕'
지난 4일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보이스톡' 의 베타테스터를 모집한다고 공지했다. 아이폰 사용자를 우선 대상으로 하며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추후 적용할 예정이다.
보이스톡 테스트 신청은 카카오톡 내 설정 메뉴에서 '보이스톡 날개 우선적용 신청'을 하면 바로 보이스톡을 이용할 수 있다. 테스트 인원 수도 제한이 없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사실상 국내에서도 음성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같은 카카오의 행보에 이동통신사들은 초 비상이 걸렸다.
SK텔레콤은 4일 저녁 6시30분경 긴급 입장자료를 내고 "mVoIP 서비스는 이동통신사 음성통화를 대체하는 서비스로, mVoIP의 확산은 산업발전, 이용자편익, 국익 등을 저해하는 문제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또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 모바일메신저 서비스는 이동통신사의 망을 공짜로 사용하고 있는 '무임승차'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아울러 SK텔레콤은 5일 오전 하성민 사장이 직접 임원들을 모아 긴급 비상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카카오의 음성서비스 제공에 대해 내부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은 이미 지난 2010년 12월부터 약관에 따라 mVoIP에 대한 제제를 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스마트폰 54요금제 이상 이용자들에게만 mVoIP를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LG유플러스는 아예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는 상황.
당시에는 무료통화 앱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데다 이용자가 많지 않아 통신사의 서비스 제한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mVoIP 이용자도 연인, 친구, 해외 이용자 등 일부를 제외하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가입자가 4천300만명을 넘어선 카카오톡이 음성통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와이파이 지역에서 사용하면 사실상 무제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데다 3G(혹은 4G) 망으로도 충분한 통화를 할 수 있을만큼 데이터 서비스가 안정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카카오톡이 통신사의 문자 매출을 약 1조원 가량 갉아먹었다고 평가되는 상황에서 음성통화 수익까지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통신사 내외에서 대두되고 있다.
통신사 고위 임원은 "사실상 '멘붕'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이용자들은 통신사를 무조건 '밥그릇'이나 지키려는 적대적인 시선으로만 보고 있는데 통신사 입장에서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라고 입장을 대변했다.
또 다른 임원은 "만약 대응을 한다면 우리가 손 쓸수 있는 방안은 '요금' 밖에 없지만, 국내 정서가 요금을 올리거나 서비스 이용한도를 쉽게 제한할 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말기 '책임' 두려워 정책 방향 흐지부지
상황이 이런데 규제당국은 무엇을 했느냐는 원성도 높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월초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mVoIP에 대한 부분은 판단을 유보했다.
망중립성 관련 포럼에 mVoIP 전담 분과를 만들어 지금까지 깊은 토론을 해 왔지만 방향성이 잡히거나 토론에 성과가 보인 부분은 거의 없다.
해당 분과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사실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지금 같은 수준의 토론이라면 아마 앞으로 1년을 더 토론해도 나올 결론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의와 협상'이라는 명목아래 방통위가 해당 사안을 방치하고 있을때 카카오톡은 음성서비스를 한다고 발표했고 통신사들은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연말 대선정국을 앞두고 방통위가 민감한 mVoIP 같은 사안에 전격적인 정책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섣불리 정책결정을 내리면 오히려 산업에 대한 발목을 잡기 십상이기에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mVoIP의 경우 '태풍이 불것'이라는 예보가 1년전부터 나왔는데도 대응이 미흡한 것을 보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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